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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미군 감축검토 지시’ 트럼프 속내는] 北 비핵화 화답?…군비절감?…분담금 더 받으려는 의도?
2만8500여명서 줄일 것을 검토하라는 지시
일부선 전면철수 위한 신호 해석속
트럼프, 주한미군 낮게보는 평소 시각 반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축소를 검토하라고 미국 국방부 펜타곤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측의 ‘비핵화 움직임’에 화답하는 차원이라는 해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군비 절감’이란 평소 신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우선 나온다. 여기에 문정인 교수의 주한미군 철수 논란에다, 이날 극비리에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방미했다는 사실까지 겹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실제 의중이 무엇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한 주한미군 축소 검토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 현재 2만8500여명 가량인 주한 미군을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보도의 골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국가 기도의 날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몇 주 앞두고 미 국방부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 옵션을 준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이날 보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북미관계 일련의 흐름과 결부돼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을 가상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축소한다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에 답하는 일종의 ‘유화책’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돼 북한과 협상을 한다고 하면 그 협상 범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게 맞다”며 “북한의 여러 요구사항 안에 주한미군 철수도 고려할 수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원했는지 여부는 다 소문이었고, 공식적으로 거론된 바 없다”며 “NYT보도가 사실이라면 지금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모든 옵션을 고려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대한 가치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를 NSC 내부 인사들과 달리 조금 낮게 평가하는 측면이 있는것 같다. 그래서 북미협상 과정에서 이것을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때문에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조치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같은 분석은 최근 한반도 문제에 대한 평화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는 점과는 다소 배치된다. 특히 남한 특사단이 북한을 방북 했을 때 김 위원장은 특사단에 ‘주한미군 주둔을 문제 삼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역시 ‘주한미군은 주둔해도 좋다’고 밝힌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반도 문제 해법에 주한미군 주둔 문제는 화두로 떠오른 적이 없다는 점은 또다른 해석으로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주한미군의 문제를 ‘비용의 문제’로 인식한다는 해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신임 국무장관이 자난달 말 나토 회원국들에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행보다. 미국은 나토 28개 회원국들에게 2024년까지 국방예산을 각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으로 올리고 국방비의 20%를 주요 무기장비 구입에 할당케 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 측은 한미방위비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측의 부담 비용을 높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1월 CNN인터뷰에선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국은 돈 버는 기계다. 우리에겐 (방위비로) 푼돈(peanut)만 준다. 한국은 더 많은 돈을 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한반도 평화 국면 조성기에 ‘주한미군 감축’ 검토를 통해 보다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받아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주한미군 감축 검토 지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변에서 외교·안보 문제를 조언하는 인물들도 주한 미군 철수를 외교적 카드로 쓰라는 조언을 하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지난해 8월 한 잡지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를 돕는 대가로 주한 미군을 철수하는 외교적 딜(거래)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교수의 기고문 논란 직후 ‘주한미군 감축’ 검토 지시 보도가 나왔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최근 문 교수는 기고문에서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 맺어질 경우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할 명분이 사라질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주장은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한다’는 해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청와 대가 직접 나서서 문 교수에게 ‘경고’를 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문 교수의 ‘관측’이 이번에도 맞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홍석희ㆍ문재연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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