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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 못 믿을 기부단체, 드디어 선명해진다


[헤럴드경제 TAPAS=구민정 기자]

“나는 기부 안해. 그 돈이 어디 제대로 그 사람들한테 가겠냐고.”

공익법인을 통한 기부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색해져서만은 아니다. ‘내 돈’을 가져가 좋은 일에 쓰겠다는 단체의 진정성을 못 믿어서다. 이들 단체에 대한 불신은 막연한 것이 아니다. 나름의 근거가 있다.



    우선 신고는 한다

기부단체들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세금 혜택을 받는다. 소득세와 법인세가 감면되고 공익법인의 경우 부가세 면세 혜택 등이 그것이다.

세제 혜택을 받았으니 ‘들어온 돈’과 ‘쓴 돈’에 대해 내역을 밝히고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기부단체의 의무를 우선 보자. 현행법에 따르면 1000만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으고자 하면 행정안전부나 시, 도에 등록해야 한다. 또 1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집한 단체는 관련해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고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공익법인등의 결산서류 등의 공시의무 등)

금액규모에 조건을 걸다보니 투명하게 공개되는 단체는 그리 많지않다. 한국 가이드스타에 따르면 2015년도에 등록된 3만4743개의 공익법인 중 공시의무가 없는 종교법인 1만8360개를 제외한 1만6382개 중 공시의무가 있는 단체는 8584개다. 52.3%에 불과한 숫자다. 전체 공익법인 중 25%정도만이 결산서류 등을 공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준이 없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앞선 내용에 따라, 어찌됐든 이름을 알만한 대형 기부단체들은 회계 내역을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시하는 과정에서 실무자들에게 어려움이 발생한다. 국세청에서 신고양식을 지정해줬는데 항목들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것이다. 가령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주요사업은 ‘상담원의 상담업무’다. 하지만 어떤 단체에선 이들 상담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사업비’로 처리하고 다른 단체에선 ‘인건비’로 처리한다. 단체들마다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해 운영하고 있다. 캠페인도 실무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 하는 대목이다. 캠페인의 경우 기부금을 모으기 위한 단체 홍보인 경우가 많은데 이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목적 사업인지, 광고인지, 모금인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그래서 국내 10개 대형 비영리단체가 함께 국세청에 문의하는 일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캠페인 비용에 대해서 항목이 무엇인지 문의를 했는데 국세청에선 모두 광고비로 넣으라’고 했다. 단체들의 반대로, 캠페인과 동영상은 사업비로, 언론사 노출은 광고비로 공시하겠다고 국세청에 말했더니, 또 그렇게 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큰 단체들은 모여서 회의라도 하지, 작은 비영리단체는 물어볼 곳도 없다”고 말했다.








    생기면 나아질까

단체들의 어려움에 드디어 정부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NPO공동회의를 통해 상세한 공익법인의 회계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기존에도 많은 성찰과 가이드라인 수준의 해결책은 나와있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단체에서 각자 내부에서 해오던 방식을 지켜온 것이다. 하지만 기재부가 나선만큼 이번에 마련되는 회계기준은 법적 강제성이 높다. 이르면 7월에 용역사업이 끝나 본격적인 제정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기부단체 관계자는 “각 단체에서 각자 해오던 회계처리 방식이 있어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잘 바꾸려고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상세한 기준이 마련돼 일선에서도 명확하게 업무를 볼 수 있으면 또 다른 의미의 공익법인들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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