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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작사회의 그늘] “민심을 장악하는 맛”…마약같은 조작 중독 ‘나쁜 손버릇’
과장된 댓글·특정메시지 노출
죄책감 없이 쾌감에 빠져들어
선거·상품홍보 조직적 악용도


이번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드루킹 일당은 자동적으로 댓글 공감수를 늘려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전문적인 기술과 포털의 뉴스가 어떻게 배치되는지를 꿰뚫는 지식을 모두 갖춘 전략가들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누구라도 민심을 장악하려는 욕구가 있다면 댓글을 조작할 수 있는 사회라고 지적했다.

▶민심 장악하는 맛 짜릿… 죄책감도 없어= 댓글을 조작하려는 심리 기저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자리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자존감이 높아진다. 사람들이 SNS에 글을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거짓되고 과장된 댓글을 쓰거나, 특정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사람들은 이 같은 욕구가 결핍된 경우가 많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한 연예인에 대한 지속적인 악플을 다는 사람을 잡고 보니 초등학생이었다. 이는 극단적인 사례지만 일반적으로 관심 받고 싶고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가진 사람들일 수록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정치인ㆍ상품 밀어주기…2차이익 더해지면 더욱 치밀해져=댓글 조작만으로도 내적 이익이 크지만 특정 정치인이나 상품을 밀어줘야 한다는 2차 목표가 생기면 댓글 조작하는 사람들은 더욱 조직적이고 치밀해진다.

선거철 댓글 조작이 판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 형성은 곧 표로 직결되기 때문에 선거 캠프에서는 홍보팀을꾸려 후보에 대한 좋은 댓글을 쓰게 하거나, 긍정적인 내용의 댓글이 많은 뉴스를 퍼 나르게 한다. 사실상 ‘선거 운동’이 곧 ‘뉴스 운동’이기도 한 셈이다.

댓글 조작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돈’과 ‘사람’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일반인도 충분히 구입이 가능하고, 특정 댓글을 지워주는 업체도 있기 때문에 경제력이 있다면 누구나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 여기에 대중의 심리를 잘 알고 포털 뉴스의 메카니즘을 꿰뚫고 있는 전략가만 있다면 여론 조작은 수월해진다.

경제력을 가진 기업에서 여론 조작을 많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악플이 달리면 돈을 주고 댓글을 삭제한다거나, 반대로 아르바이트 생을 이용해 좋은 댓글을 쓰게 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처럼 누구나 댓글 조작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서 댓글 조작에 대한 규제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곽 교수는 “댓글 조작은 대중을 기만하는 일종의 ‘사기’로 봐야 한다”며 “특히 현재 댓글은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할 정도로 힘이 세다. 댓글로 여론을 조작하려는 것은 단순한 사기보다 훨씬 그 파급력이크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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