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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작사회의 그늘] 댓글·공감 많은 뉴스 ‘좋아요’?…당신도 ‘여론’이라 믿나요
민심 들여다보는 잣대 생각
뉴스 범람 합리적 선택 여겨
특정댓글 휘둘려 ‘사실’ 착각
대세 따르는 ‘밴드웨건’ 효과

#. 마케팅 팀에 근무하는 직장인 김은선(32) 씨는 뉴스를 볼 때 댓글부터 본다. 재치있고 공감 가는 댓글이 뉴스보다 더 재밌기 때문이다. 특히 많이 본 뉴스에 달린 댓글은 꼭 보는 편이다. 그는 “베스트 댓글을 쭉 훑어보고 ‘좋아요’를 누르면서 여론의 동향을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포털 뉴스 댓글을 자주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 이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비록 정제되진 않았으나 댓글은 민심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지표라고 여긴 이들이 많았다. 이러한 대중 심리를 댓글 조작단은 전략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댓글을 뉴스만큼이나 열심히 읽는 것일까.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봤다. 


▶의사결정 하기 전 타인 의견 살피기=인간은 타인을 의식하는 본능을 가진 ‘사회적 동물’이다. 뉴스를 해석 할 때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댓글을 보는 것 역시 특정 이슈에 대한 타인의 생각을 들어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댓글이 많이 달린 글은 이게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고, 또 공감을 많이 받은 베스트 댓글을 읽고 이를 판단의 기준을 삼는 것은 인간의 속성”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뉴스 언제 다보나? 댓글 많은 뉴스가 중요한 뉴스=댓글 많은 뉴스나 공감이 많은 댓글에 눈길이 가는 것은 뉴스 범람 시대에 어쩌면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인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댓글을 통해 민심을 파악하는 것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미니맥스’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 일일이 정보를 수집하고 뉴스를 고르고 해석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고, 반응한 정보를 가장 대표성이 있는 정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2016년 11월 국내에서 온라인 댓글의 현황을 점검한 결과, 댓글 이용자들의 65%가 댓글을 통해 ‘전체 여론을 짐작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단순 노출만으로 영향… 밴드웨건 효과도= 문제는 특정 댓글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경우 이를 사실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익명의 국회의원에 대한 기사에 “제발 나오지 말라”는 단순 비난형 댓글을 달았는데, 해당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가 뚜렷하게 감소했다. 즉 특정 메시지가 댓글창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수가 높다면 대중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집단주의 사회 속 대세에 따라야 하는 강박=특히 대세를 따르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집단주의 문화가 팽배한 한국에서는 베스트 댓글을 따라가려는 성향이 강하다. 윤 교수는 “사람들은 대게 일반 대중의 경우는 자기 자신의 뚜렷한 주관과 판단에 의해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소수고, 일반 대중은 다수가 결국은 여론에 의해서 자신의 생각이 영향을 받는다”며 “어떤 게 대세인가를 살피고 결국 자기도 대세를 좇아가려는 ‘밴드웨건’ 효과가 댓글 이용자들에게서도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댓글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경우도 쉽게 발견된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문화와 관련해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자의 50%이상이 댓글을 보고 자신의 의견이 맞는지 고민하거나 생각에 경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역시 “주된 흐름에 동조하지 않으면 소외를 당할 것 같은 두려움으로 베스트 댓글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적 성향이 온라인 상에 그대로 재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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