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TAPAS]세계적인 바리스타는 정말 세계적일까?
[헤럴드경제 TAPAS=민상식 기자]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강조하는 것 하나.

“WBC에서 우승한 세계적인 바리스타와 함께 만든 제품이다.”

궁금해졌다. 정말 세계적인가. 이 세계적인 바리스타가 참여한 커피전문점의 커피는 어떻게 다를까. 

작년 서울에서 열린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 [사진=World Barista Championship]

   WBC ? 음.. 야구?

WBC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건 야구대회다. 야구가 인기 스포츠인 한국에서는 국제야구대회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가장 친근하다. 스포츠에 관심이 있다면 프로복싱 세계 기구 중 하나인 세계복싱평의회(WBC)를, 농구 대회인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커피 애호가들은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을 기억한다. 작년 이 대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면서, 당시 커피전문점 이디야커피는 WBC의 메인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했다. 전 세계 58개국 바리스타가 참여한 작년 WBC에서는 영국 출신 데일 해리스(Dale Harris)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당시 대회에서 차가운 물로 내린 콜드브루 커피에 질소를 주입해 목 넘김이 부드러운 ‘니트로 커피’를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그는 우승 직후 “개인적 취향이 다르다 보니 완벽한 커피란 없는 것 같다”며 “다만 미세한 취향 차이를 가장 잘 아우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라고 우승 비결을 밝혔다. 그는 또 “서울에 위치한 이디야커피랩에서 사전 연습을 할 수 있었던 점도 크게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디야커피는 데일 해리스와 손잡고 새 제품 개발에 나섰고, 최근 니트로 커피 신 메뉴를 내놨다.

2017 WBC 우승자 데일 해리스 [사진제공=이디야커피]

   커피인의 올림픽 WBC

WBC는 ‘커피인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각국 바리스타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우승자만이 WBC에 참가할 기회를 얻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

WBC는 국제 커피 협회인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와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SCAE)가 설립한 월드커피이벤트(WCE)가 주최하는 커피 경연대회다. 2000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열리는데, 작년 한국에서 열린 WBC는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로 열린 것이다.

커피업계 여러 관계자들은 각국 바리스타 대회 우승자들만이 참여할 수 있는 WBC는 커피 올림픽이라고 부를만 하다고 입을 모았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참여하는 국가 수가 60개국에 달하는 국제 커피 대회는 WBC가 유일하다”면서 “현재 WBC가 전 세계 커피인 사이에서 세계 최고, 최대의 커피대회로 인식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4일간 열리는 WBC는 각국 1위 대표 선수들이 참여하는 예선, 준결승 그리고 결승으로 구성된다. 참가자들은 15분 동안 에스프레소, 우유 기반 음료, 창작 음료 등 3가지 음료를 만들어 평가를 받는다. 심사위원 4인과 테크니컬 심사위원 1인(예선), 헤드 심사위원 1인이 맛, 청결, 창의성, 기술,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평가해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우리나라 대표 바리스타로는 작년 한국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방준배 바리스타가 출전했다. 방준배 바리스타는 준결승 16인에는 들었으나 순위권에 오르지는 못했다. 

폴 바셋[사진=Bassett Espresso]

   폴 바셋은 누구인가?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바리스타는 폴 바셋(Paul Bassett)이다. 매일유업 계열 커피전문점 폴 바셋의 유명세 때문이다. 폴 바셋은 2003년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된 WBC에서 당시 25세의 나이로 우승했다. 당시 WBC 참여국가는 24개국으로 작년 58개국의 절반 정도였다. 그는 우승 당시 노르웨이(1회 우승), 덴마크(2, 3회 우승)에 이어서 비(非)스칸디나비아 출신 최초의 우승자, 최연소 우승자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매일유업은 폴 바셋과 손잡고 2009년 9월 ‘스페셜티 커피’(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에서 인증한 고급 커피)를 내세운 커피전문점 폴 바셋 1호점을 선보였다. 폴 바셋은 자신의 이름을 상호로 쓸 수 있게 해주고, 한국의 폴 바셋 매장에서 사용하는 커피 원두를 직접 골라주거나 블렌딩해주는 대가로 매년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 수입으로 챙긴다. 로열티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매출이 커질수록 로열티도 늘어나 연간 수억∼수십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와 달리 호주에서의 폴 바셋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호주에는 폴 바셋 상호를 가진 커피 매장이 없기 때문이다. 바리스타 폴 바셋은 호주 시드니에서 로스팅 원두를 일부 커피숍에 공급하는 소규모 사업을 운영 중이다. 또 호주에는 2015년 WBC 우승자 샤샤 세스틱(Sasa Sestic) 등 실력이 뛰어난 바리스타가 많고, 각 가정에서도 바리스타 못지않게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시는 문화를 갖고 있다. 유명 바리스타를 내세운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커피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커피전문점은 선진국 커피 문화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이용해, 바리스타와의 협업을 진행하면서 호주ㆍ영국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m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