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대남 접촉, 트럼프에 대한 일종의 보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명문화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설정하지 않아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직면한 도전이 커지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이 신문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드라마의 주인공은 아니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협상 속도와 조건을 설정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날 데이비드 생어 외교·안보 전문기자가 작성한 ‘남북이 트럼프 대통령이 마무리할 거래를 위한 테이블을 차렸다’는 제목의 남북정상회담 후속기사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NYT는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에 대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남북이 할 것으로 보였던 모든 것을 다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제값을 받을 수 있다면 핵무기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도 있다고 다시 한 번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정말 거래(핵폐기)를 할 준비가 돼 있는지 아니면 대부분의 전문가가 생각하는 것처럼 핵무기의 최소 일부라도 유지하면서 북한 경제 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얻기 위해 베팅을 하고 있는지가 의문”이라면서 북한의 진정한 핵 폐기 의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NYT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남북정상회담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에서 연내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로 시한을 정했지만 비핵화 일정은 설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먼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해야 하고, 협정을 위한 어떤 대화나 제재 해제도 우라늄·플루토늄 핵무기 및 미사일이 북한에서 제거됐을 때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며 이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과거 핵폐기 약속 위반을 거론하며 “말로 하는 것과 (실제) 비핵화는 다르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면서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판문점 선언’과 관련해 “남북이 평화협정과 긴장완화로 나아가면서 북한으로 흘러들어 가기 시작할 혜택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원유 등 중국의 대북 제재도 느슨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 모든 것은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도전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핵무기 해체와 우라늄·플루토늄 핵물질 제거 과정, 가장 까다로운 검증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안고 있는 과제를 제시했다.
NYT는 별도 기사에서 “북한이 한국과의 외교적, 경제적 관계 재구축을 추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년차에 사용했던 (대북 압박) 카드를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일부 분석가들은 김 위원장의 대남 접촉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항한 일종의 보험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과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치러야 할 대가는 크다면서 미국은 북한과의 반복을 끝내기 위해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동맹국 한국과의 균열에 직면할 수 있고 북한이 계속 평화를 얘기하면 중국이 제재 이행에 주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압박이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미 고위 관리들과 전문가들의 언급을 전하면서도 “이번 드라마에서 3명의 배우 중에 단지 한 명이고 아마 가장 중요한 인물은 아닐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속도와 조건을 설정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하나의 협상(북핵)에 들어가면서 기존 (이란) 핵협정 파기를 공언하고 있다”면서 이란 핵협정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상대가 양보할 이유를 찾기 어렵게 만들면서 미국의 약속은 공허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