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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의 재구성…문배주 ‘원샷’부터 즉석 노래까지
6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격의없고 화기애애

김정은 문배주 '원샷'…윤도현 나는나비 열창

북측 인사 추미애 대표에 “‘추다르크’ 알고 있다”

박지원 의원 2000년 6.15공동선언 때 인사 만나 감격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마친후 열렸던 환영 만찬식 뒷 이야기가 풍성하다.

이날 오후 6시30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각각 남북의 ‘퍼스트 레이디’인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화의집 3층 연회장으로 입장했다.

만찬장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측 인사 24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북측에선 이와 별도로 공연을 위해 가수, 배우, 연주자 등 11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남측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 30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 대통령이 먼저 환영사를 했다. 모두의 잔에는 진달래꽃으로 만든 황금빛 ‘면천 두견주’가 채워져 있었다.

“역사적 사명감으로 우리의 어깨는 무거웠지만 매우 보람있는 하루였습니다.…이제 이 강토에서 사는 그 누구도 전쟁으로 인한 불행을 겪지 않을 것입니다. 영변의 진달래는 해마다 봄이면 만발할 것이고, 남쪽 바다의 동백꽃도 걱정 없이 피어날 것입니다.… 내가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 날을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환영사를 들으면서 자주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김 위원장이 답사와 건배사를 이어갔다. “오늘의 이 소중한 결실은 온 겨레에 커다란 기쁨과 희망을 안겨주게 될 것이며 조선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오늘 4월27일은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에서 멈춰졌던 시계의 초침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오늘 내가 걸어서온 여기 판문점 분리선 구역의 비좁은 길을 온 겨레가 활보하며 쉽게 오갈 수 있는 대통로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여기에 참가한 모든 분들의 건강을 위해서 잔을 들 것을 제안합니다.”

남북 정상의 건배사, 답사가 있은 후 본격적으로 식사가 시작됐다. 식탁에는 술부터 음식 하나하나 모두 의미를 담은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사진1>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옥류관 평양냉면을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술은 남과 북을 대표하는 것으로 올라갔다. 면천두견주는 충청남도 당진군 면천면에서 나오는 술로 남한이 원산지고, 문배주는 평안도가 원산지로 지금은 남한에서 대중화된 유명한 증류식 소주다.

메인 요리인 평양 옥류관 냉면은 북한에서 가져왔다. 북측은 정상회담 당일 27일 옥류관 냉면을 제공하기 위해 판문점으로 평양 옥류관 수석 요리사를 파견했다.

식탁에는 김 전 대통령 고향인인 신안 가거도 민어와 해삼초를 이용한 민어해삼편수, 노 전 대통령 고향 김해 봉화마을에서 오리 농법 쌀로 지은 밥, 정주영 회장의 소떼 방북 때의 서산 목장 한우를 이용해 만든 숯불 구이 등이 올라갔다. 또 문 대통령이 유년기를 보낸 부산의 달고기 구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유년시절을 보낸 스위스 ‘뢰스티’를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감자전이 나왔다. 
<사진2>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함께 나무망치를 들고 디저트인 초콜릿 원형돔 ‘민족의 봄’을 개봉한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사 분위기는 시종일관 격의없고, 화기애애했다. 참석자들이 테이블을 오가며 자유롭게 술을 권하는 분위기였다. 북측 사람들도 경직되거나 긴장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서역할을 하고 있는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시종일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다가가 “오늘 김 위원장의 모습은 우리에게 감격적이었다”고 했다. 이 자리에 있던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추 대표에게 “남측, 북측이 어우러진 메뉴는 다른 나라에서는 없는 (이번) 한 번뿐”이라면서 “평양냉면 맛이 어떠냐. 꿩고기 경단과 함께 먹으면 맛있다”고 했다. 추 대표는 “그렇게 먹으니 더 맛있다”고 화답했다. 북측 인사는 추 대표에게 “‘추다르크’라고 불린다고 알고 있다”고도 했다.

우원식 원내 대표도 김 위원장에게 다가가 “제 아버지 고향은 황해도이고, 그곳에 저의 누님이 두 분 계신다. 어머니는 102세인데 누님들을 보고자 기다리고 계신다”,“제 아내도 함경도 단천인데 이산가족의 아픔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 아픔을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 “오늘의 이 만남과 선언에 대해 너무 감격스럽다. 그렇기에 절대로 후퇴하지 말고, 큰길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힘껏 함께 노력하자”고 대답한 뒤 문배주를 ‘원샷’했다.

김 위원장은 박지원 의원에게는 “여기서 이렇게 만나리라 생각하지못했다. (2000년) 6·15가 시작돼 오늘이 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김영남 상임위원장, 맹경일 참사 등 김대중 정부시절 6·15 남북정상회담 때 인사들과 모처럼 만나 감격스런 모습을 보였다.

만찬이 이어지는 동안 남측과 북측 공연진은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불렀다. 먼저 북측에서 ‘반갑습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등을 연주했다. 제주도에서 온 오연준 군은 ‘고향의 봄’과 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불렀다. 김정은 위원장 내외는 무적 감동받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남측 대표 국악기 해금과 북측 대표 악기 옥류금의 합주 연주도 있었다.

디저트가 제공된 뒤에는 두 정상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나무망치를 들고 초콜릿으로 된 원형 돔을 깨뜨리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이날 만찬에 참석한 가수 조용필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듀엣 무대를 선보였다. 조용필과 현 단장은 삼지연관현악단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함께 불렀다. 
<사진3>27일 오후 가수 조용필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참석한 남측 가수 윤도현도 삼지연관현악단 가수들과 함께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함께 불렀다. 흥이 오르자 윤도현은 어쿠스틱버젼으로 즉석해서 자신의 밴드 히트곡인 ‘나는나비’를 열창했다.

만찬 뒤 평화의집을 빠져나와 야외에서 환송 행사가 이어졌다. 평화의 집 외벽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영상 쇼가 진행됐다. 배경음악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가 흘러나와 눈길을 끌었다. 1994년 서태지와 아이들 3집 앨범에 수록된 ‘발해를 꿈꾸며’는 남북한의 통일을 희망하는 가사를 담고 있다. 
<사진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환송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두 정상은 내빈들과 야외 객석에 앉아 ‘하나의 봄’이라는 영상쇼를 감상했다. 파노라마처럼 오전부터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의 모습들이 등장했다.

공연이 끝나자 문 대통령 내외는 김 국무위원장 내외와 함께 차량이 대기 중인 곳까지 걸어갔다. 문 대통령 내외는 김 위원장 내외 그리고 북측 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환송했다.

김 위원장 부부와 북측 수행원들은 오후 9시30분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북으로 넘어간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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