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문서위조 제3자에 처분”
50년 전 국가공무원 잘못으로 토지 소유권을 잃은 서울 봉은사가 국가로부터 80억여 원을 배상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부장 배성중)는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는 봉은사에 약 80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위법한 방법으로 토지를 제3자에게 처분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함으로써 원소유자인 봉은사가 땅 소유권을 잃었다”며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었으므로 국가가 손해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봉은사 측이 수십 년 동안 확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국가는 각 토지의 처분과 관련해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토지 시가의 80%로 제한했다.
봉은사가 소송을 낸 것은 1950년경 실시된 농지개혁에 따라 정부가 240여 평의 땅을 거둬갔다가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국가는 봉은사 소유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 토지 2만900평을 매입했고, 이 중 240평은 분배가 이뤄지지 않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1996년 폐지된 농지개혁법은 농사를 짓지 않는 이로부터 땅을 사들여 실제 농사를 지을 이에게 땅을 나눠주기 위해 실시된 법안이다. 이 법에 따라 정부가 매수한 농지 중 분배되지 않은 토지의 소유권은 원래 땅 주인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당시 공무원이었던 백모 씨와 김모 씨는 공문서를 위조해 분배가 이뤄지지 않은 봉은사 땅을 1971년 제3자인 조모 씨 등에게 팔아넘겼다. 봉은사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이 환원됐다고 주장하며, 최종 토지 소유자인 전모 씨 등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0년 이상 토지를 점유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봉은사는 공무원의 잘못으로 토지 소유권을 잃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