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홍일표 청와대 행정관 아내인 장모 씨가 한미연구소(USKI)에 보낸 청탁 이메일 논란과 관련 감사원이 착수한 진상조사의 핵심 중 하나는 ‘USKI 측이 이를 압력으로 받아들였는지 여부’다. 감사원은 이를 조사한 뒤 직권남용ㆍ품위손상 여부를 판단, 징계위 회부 등 관련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감사원 국장이었던 장씨가 USKI에 청탁 이메일을 보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진상조사 및 대기발령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회 파견 중이던 장 씨는 파견이 면되고, 대기발령 상태에서 진상조사를 받게됐다.
[사진설명=장 씨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이메일. 사진제공=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 |
장 씨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USKI에서 국외교육훈련을 마친 뒤 올해 3월 복직했다. 해당 방문학자 자리는 소위 말하는 ‘노른자위’로 많은 사람들이 탐낸 곳이라고 야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밝혔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장 씨가 자리를 얻기위해 자신의 남편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이름을 적극적으로 언급하며 USKI에 이메일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한미연구소(USKI) 방문학자 재직 당시에도 “걱정말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씨도 본인 영향력을 인지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세일즈(판매)했다”는 주장이다. 홍 행정관은 김 전 원장의 보좌관을 역임했다.
USKI 핵심 구성원과 수년간 교류를 해왔다는 한 야권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장 씨는 방문학자로 있던 중에도 주위에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을 시키고 다녔다”며 “채용 당시 메일에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홍 행정관을 언급했었으니 USKI측에선 (압력으로 생각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았던 것이다”고 말했다.
당시 USKI 측에서는 김 전 원장과 홍 행정관이 방문학자 등 인사문제를 빌미로 USKI를 공격한다고 인식했다. 한 USKI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과거 정황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불러 방문학자 선출을 제대로 하라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그때 ‘김기식 측이 원한다’란 말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USKI 측은 이에 이사회를 만들었다. 이사회에는 원장, 설립자, KIEP 관계자, 전직 미 하원의원이 들어갔다. 컨센서스(합의체) 구조였지만, KIEP가 ‘돈줄’을 쥐고 있었기에 사실상 가장 발언권이 강했다는 것이 USKI 측 설명이다.
USKI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주용식 중앙대 교수는 장 씨가 방문학자 자리를 얻을 것과 관련 “연구소가 홍일표 청와대 행정관의 부인을 받지 않을 때 불이익이 있을까봐 받아들인 것”이라고 증언했다.
주 교수는 앞서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ㆍ정종섭 의원 주최로 열린 ‘한미연구소 탄압사태와 한미관계’ 세미나에 참석해 “홍 행정관의 부인인 감사원 장모 국장의 메일이 ‘도와주겠다’는 의미였을지라도, 메일을 받고 처음 들었던 생각은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받을 불이익이 어떤 것일까’라는 점이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USKI 운영에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한 국회의원이 누구냐’는 질문에 김 전 원장을 지목하면서 “한미관계에 대해서 ‘세미나만 해라’, ‘콘퍼런스만 해라’ 등 요구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후 USKI 측에서는 결국 홍 행정관 아내인 장 씨를 방문학자로 받았다. 야권 관계자는 “보통 방문 학자 자리엔 기획재정, 통상, 외교, 언론 쪽 분야 전문가 등이 역임했다”며 “감사원 분야가 방문학자를 온 일이 없는데, 신청을 해서 당시에 ‘누구길래 그러지’라고 생각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장 씨는 USKI 폐지 문제가 불거지고서 USKI 관계자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만 달라’고 전화를 걸자 “남편이 하는 일이 아니다. 제 소관도 아니다”며 연락을 끊었다. 열흘도 지나지 않은 일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화를 걸었다는 USKI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사회도 해주고, 해달라는 것 정말 다해줬다. 그런데도 문제라니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려만 달라고 연락했었다”며 “그런데 ‘남편 소관이 아니다’, ‘제 소관도 아니다’는 말을 하며 연락을 끊어버리니 난감했다”고 전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와관련 “감사원이 조사한다고 하니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당사자인 장 씨는 홍 행정관(당시 김 전 원장 보좌관)의 아내라는 것 때문에 불합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부인이 아닌 감사원 국장으로 봐달라고 하려는 목적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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