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엔진폭발에도 비상착륙 성공
아비규환 속 기내 승객안전 살펴
“강심장의 베테랑”, “미국의 진정한 영웅”, “유리천장을 깨뜨린 인물”
태미 조 슐츠(56·사진) 미 사우스웨스트항공 소속 여성 조종사가 3만 피트(9100m) 상공에서 엔진 폭발로 동체에 구멍이 난 여객기를 몰고 인근 공항에 비상 착륙하는 데 성공하면서 탑승객의 찬사를 받았다고 18일(현지시간) 미 언론이 전했다.
美사우스웨스트항공 소속 여성조종사 ‘태미 조 슐츠’ [AP 연합뉴스] |
슐츠는 전날 뉴욕 라가디아 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49명을 태운 사우스웨스트항공 1380편 보잉 737기가 이륙 20분 만에 왼쪽 날개 엔진 폭발로 추락 위기를 맞자 인근 필라델피아 공항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기내에서는 창문이 깨져 승객들이 빨려나갈 위험에 처하는 등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슐츠는 냉정함을 잃지 않고 대다수 승객이 무사히 착륙하게 하는 담력을 발휘했다. 미 언론은 탑승객 한 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있었지만, 슐츠의 빠른 대응으로 대형 참사는 모면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슐츠는 관제탑 교신에서 “기체 일부가 소실됐다. 속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활주로에 도달하면 응급의료진을 보내줄 수 있느냐. 탑승자 중 부상자가 있다”고 침착하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착륙 직후에는 조정석에서 기내로 나와 복도를 지나면서 승객들의 상태를 살폈다고 승객들이 전했다.
탑승객 페기 필립스는 NBC 뉴스에 “엔진이 날아가고 기체가 떨어지는 데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는 건 내겐 기적과도 같다. 그녀는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은 슐츠가 담력을 발휘한 것과 관련해 그가 미국 1세대 여성 전투기 조종사 중 한 명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슐츠는 지난 1983년 캔자스주의 미드아메리카 네이저런대학을 나와 미군에 지원했다. 당시 공군에는 여성 조종사에 대한 편견이 많아 입대를 거부당하고 대신 해군으로 들어가 FA-18 호넷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가 됐다. 전역 이전 교관으로 복무하면서 소령까지 진급했고, 전역 후 사우스웨스트항공 조종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