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장은 표정이 왜 저러냐. 오기 싫으면 오지 말지…”
중국과 일본의 고위급 경제대화가 치러진 지난 15일 밤 야후재팬에서 가장 많은 클릭수를 얻은 글이다.
8년 만에 재개된 중일 경제대화라는 훈훈(?)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중국 측 대표로 나선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얼굴은 줄곧 굳어 있었다. 일본 측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웃는 얼굴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의 지시에 왕이 부장이 마지 못해 일본행에 나선 탓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왕이 부장이 비록 국무위원으로 승진했지만 왕치산 부주석이 외교를 진두지휘 하면서 오히려 전보다 입지가 좁아졌다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최근 중국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이다. 경제대화가 열린 날 중국 인민해방군 대표단이 일본에 도착하며 군사교류도 조용히 재개됐다.
이에 대해 미일ㆍ남북ㆍ북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미국을 긴장하게 만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 중국의 요청으로 중일 경제대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일리가 없는 주장은 아닌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이같은 중국의 외교 전략 변화가 왕치산 부주석의 작품이라는 얘기다.
북중 관계가 최근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이는 것도 왕치산의 전략이라는 설이 솔솔 새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을 중국으로 초대하고, 북미 정상회담 후에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을 계획해 북한에 입김을 작용하도록 시 주석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왕 부주석은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7명)이 아니다. 하지만 부주석 취임 이후 시진핑에 이은 서열 2위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연회에서도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
왕치산은 시진핑의 1기 집권 때 공산당 최고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의 수장을 맡으며 서슬퍼런 반부패 정책을 이끌었다. 시진핑의 독주체제를 굳힌 일등공신이다.
그는 복지부동의 중국 관료들과 달리 직설적이고 개혁성향이 강하다. 1998년 금융위기 때는 ‘구원투수’로 불렸고, 2003년 베이징 사스(SARS) 때는 ‘소방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반부패 사정을 휘두르면서는 현대판 ‘포청천’이 추가됐다.
존재감이 강한 왕치산에게 중국 외교의 칼자루가 쥐어지면서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방어형이 아닌 공격형 외교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 주석이 최고지도부 인사원칙인 ‘칠상팔하(67세는 유임, 68세는 은퇴’까지 거스르며 왕치산(69)을 불러들인 것은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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