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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음식, 내가 선택할 권리…‘비로소’ 채식 세상과 마주하다

  • 기사입력 2018-04-1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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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운이 완연한 인사동 골목에 자리한 ‘실다연’. 아담한 한옥 형태의 가게 안으로 설렘 가득한 표정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익숙한 듯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다소 어색한 듯 조용히 자리를 찾기도 한다. 지난 3월, 이 곳에서 ‘비로소’(비건과 로푸드가 함께하는 소소한 채식 모임) 모임이 열렸다.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인 이 모임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한국 디톡스로푸드협회에서 강사로도 활동 중인 김여운 비로소 대표가 이 모임을 연다. 그는 “로푸드를 시작하고 난 뒤 달라진 것들이 너무나 많아 이게 얼마나 좋은지 나누고 싶었다”며 “처음에는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를 해줬는데 부르다 부르다 더이상 부를 친구가 없어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대표가 무려 15년간 섭식장애를 앓다 로푸드를 만나며 몸소 느낀 변화의 과정을 ‘비로소 채식’ 모임에서 함께 나눈다. 모임에는 김여운 대표처럼 건강상의 이유로 절박하게 로푸드를 시작한 사람도 있고, 아직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비로소’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도 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박상준 씨는 “오늘 처음 모임에 왔는데 채식주의자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고기를 잘 먹지 않아 내가 먹는 것이 돼지인지 소인지 구분을 못 할 정도다. 채식 식단을 좋아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이 오시는지 궁금해 찾게 됐다”고 말했다. 11년 간 채식을 해왔다는 이윤 씨는 “그동안 은둔생활이 길었는데 이런 모임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참여 이유를 들려줬다.

모임은 영상 콘텐츠 한 편을 관람한 뒤 김여운 대표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김 대표는 “영상 선정에는 특히나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며 “가급적이면 충격적인 장면이 덜 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영상으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비로소 채식’은 먹는 모임인 데다 비로소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야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너무 하드코어한 영상을 보면 당황할 수도 있을까 싶어 신중하게 고른다”고 귀띔했다.

3월 모임은 달랐다. 이번엔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상영했다. 이전과는 달리 모임이 익숙한 참석자들이 많아 보다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다큐멘터리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 영화는 구제역이 휩쓴 이후 돼지 농가를 찾아 나선 뒤 채식을 하게 된 ‘잡식 가족’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과 채식에 접어든 아내와 ‘무엇이든 먹을 권리가 있다’는 남편의 갈등이 민감하게 다뤄진다.

영화 상영 이후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도 다양한 목소리를 냈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재훈 씨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좋은 문화를 배우고 싶어 나오고 있다”며 “영화 속 남편이 저와 아주 유사하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서 아내가 자신의 옳음과 당위성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에 대한 공감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 상영 이후 나오는 음식들은 김여운 대표가 모임 3일 전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가열없이 만들어지는 데다 특별한 요리들이 많다 보니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샐러드부터 고기 없이 만드는 스테이크, 디저트, 소화 촉진에 좋은 음료까지 ‘풀코스’로 제공된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찾아온 김선희 씨는 ‘비로소 채식 모임’에 세 번이나 참가했다. 김선희 씨의 경우 과로와 스트레스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심한 두드러기와 알러지에 시달리던 중 로푸드를 만나게 됐다. 그는 “음식을 먹고 나면 몸이 간지럽고 두드러기가 심해 먹을 수 없는 것을 하나씩 제외하다 보니 남는 것이 없었다”며 “먹을 것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모임을 알게 됐고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도 있구나 싶어 꾸준히 모임에 오게 된다”고 했다.

건강상의 문제로 채식주의자가 됐지만, 모임에 참여하는 동안 가치관에도 영향을 받았다. 김 씨는 “스스로 채식주의자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역추적해보니 나는 채식주의자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 곳에 와서 동물 영상을 보면서 육식과 동물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여운 대표는 “섭식장애 이후 식단이 달라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지고 밥 먹는 자리가 편해졌다”며 “섭식장애를 숨기려 잘 먹는 척 할 필요도 없이 몸에 좋은 음식을 즐겁게 먹을 수 있게 돼 이런 모임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임을 통해 이야기와 음식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즐겁고 좋다”며 “여기에 오시는 분들이 어떤 음식을 먹든지 주어진 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신다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비쳤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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