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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페북 훔쳐보며 말투까지 연습…진화한 보이스피싱 극성
-평소 말투 따라하며 지인 사칭…은행 의심으로 계좌 정지
-은행 속이려 “90만원씩 나눠 입금하라” 구체적 지시도
-보이스피싱 피해자들 “이미 내 정보 알고 있어 속수무책”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보이스피싱 범죄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에는 페이스북 등 SNS 계정을 해킹한 뒤 원래 주인의 평소 채팅 어투까지 따라하는 사칭형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한 시중은행에 지난 4일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지인이 페이스북 채팅을 통해 돈을 송금해달라고 부탁해 돈을 보냈는데, 뒤늦게 생각해보니 보이스피싱 범죄가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사진=123rf]

피해자 A 씨는 “평소 친한 지인이 갑작스레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급전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해왔다”며 “평소 페이스북 채팅을 잘 이용하지는 않지만, 채팅할 때 지인이 쓰는 단어와 말투가 똑같아 의심하지 않고 불러주는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고 말했다.

뒤늦게 이상함을 느낀 A 씨가 해당 지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고, A 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의 전화를 받은 은행은 돈이 송금된 계좌를 조회했고, 해당 계좌는 서울 송파구의 한 은행 지점에서 최근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은행에는 A 씨 이외에도 그날 같은 해킹 메시지를 받고 돈을 보낸 피해자가 2명 더 있었다. 다행히 피해금은 같은 금액이 한 통장에 반복 입금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은행 측에서 미리 지급정지를 해놓은 상태였다.

확인 결과, 범인은 은행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막으려고 도입한 지연 인출 제도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입금 방법까지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100만원 이상 송금하는 경우에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송금 30분 뒤에 해당 금액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를 노린 범인은 피해자들에게 “90만원씩 나눠서 송금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실제로 A 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범인이 지시하는 대로 90만원씩 돈을 나눠 입금했다.

다행히 돈이 빠져나가지 않은 것을 확인한 A 씨는 서울 수서경찰서에 보이스피싱 피해사실을 신고했고, 경찰은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에 발표한 ‘2017년 중 보이스피싱 및 대포통장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범죄는 총 4만9948건으로 집계됐다. 피해액만 2423억원으로 지난해(1924억원)보다 26%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근에는 이미 유출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보이스피싱에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금감원이 1000만원 이상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20~30대 여성 피해자 51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피해자 모두가 “범인이 이미 내 개인정보를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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