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요즘 스타트업에 ‘금수저’ 몰린다는데…
집안 여유 바탕 대기업 보다 도전 택해…창업세계 새로운 바람 주목



“최소한 먹고 살 여유는 있어야 가치를 쫓건 도전을 하건 하는 거죠. 요즘 판교에는 ‘금수저’라고 할만한 이들이 꽤 몰립니다.”

스타트업을 꾸리며 최근 수 십억원대 투자를 받은 A대표는 직원 면접 결과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지원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학력 고(高)스펙인데다 ▷대부분 강남 등 부촌에 살며 ▷부모님이 의사·변호사 등 소위 말하는 전문직이라고 전했다. 
[사진=픽스어베이]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자기만 열심히 잘하면 성공할 수 있는 세계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실제 이쪽으로 뛰어들 수 있는 친구들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집안 형편이 어렵고, 당장 자기가 밥벌이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월급도 안 나오는 스타트업에 취직할 수 있겠어요?”

11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으로 금수저들이 몰리고 있다.

당장 안정적인 대기업 취업 보다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배워 창업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창업세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벤처밸리로 떠오른 판교 일대에선 금수저들의 스타트업 취업은 꽤 흔한 이야기다.

한 스타트업 대표가 3억원대 종잣돈을 유치한 것과는 별도로, 개인 돈으로 1억원대 이탈리아산 스포츠카를 구입했다는 얘기는 제법 알려진 사실이다. 금수저들의 스타트업 도전은 이밖에도 적지 않다는 게 A대표의 전언이다. 
[사진=픽스어베이]

이런 분위기는 대기업 오너일가 3·4세들의 경영수업 환경도 바꾸고 있다. 2세들이 아버지 회사의 기획조정실, 미래전략실 등으로 들어가 ‘실장님’으로 불리웠던 게 과거의 트렌드라면 3·4세들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2012년 서울 성수동에 세워진 지상 8층 지하2층 건물 헤이그라운드는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비영리사단법인 루트임팩트가 2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지었다.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인 정경선 씨가 루트임팩트 대표를 맡고 있다.

구태회 고 LS전선 명예회장의 손자인 구본웅 씨는 스탠퍼드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벤처캐피털 ‘포메이션그룹’을 설립했다. 1호 펀드로 투자한 가상현실(VR)기기 업체 오큘러스VR이 페이스북에 매각되며 잭팟을 터트렸다.

두산가 4세 박진원 씨는 두산그룹 내 벤처투자를 총괄하는 네오플럭스 부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한화그룹 3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역시 스타트업 발굴 프로젝트 ‘드림플러스’ 운영에 관여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스타트업들이 제대로 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사회 첫발을 스타트업으로 내딛긴 쉽지 않다. 학자금대출 상환, 결혼자금 마련, 생게유지, 가족부양 등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부분의 ‘흙수저’들은 안정적인 대기업·공무원 취업에 매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생 시절 창업동아리를 했던 B씨는 친구들이 차린 스타트업에 창립멤버로 들어가는 것을 끝내 마다했다. 대신 자소서에 창업동아리 활동 경험 한 줄 집어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B씨는 “친구들하고 처음에 일을 시작하고 프로젝트가 계속 굴러가는게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웠다. 과연 이걸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결국은 선택이지만 당장 집세 내고, 학자금대출 갚고, 생활비로 쓰려면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했다”면서 “결국 창업준비를 좋은 경험으로 간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jin1@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