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 주행 시 코뿔소 올라탄 기분…장애물도 ‘쑥쑥’ 넘어
- 안전사양 미 적용, 거친 승차감 등은 ‘아쉬운 부분’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관심종자’라는 신조어가 있다.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 내지는 그런 비슷한 증세가 있는 사람’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아스팔트 도로 위 보단 아마존 정글이나 사막의 모래 위가 더 어울리는 지프(JEEP)의 랭글러 언리미티드 랭글러 JK에디션(이하 랭글러 JK 에디션) 은 오랜만에 기자의 속에 잠들어있던 관심종자 기질을 일깨워주는 차였다. 차량이 육중한 몸을 이끌고 도심을 질주할 때마다 자연스레 따라오는 시선들을 느낄 때마다 마치 연예인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여기에 큰 차체에 비해 비교적 쉬운 운전과 파워풀한 차량의 성능이 더해져 운전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지프(JEEP) 랭글러 언리미티드 랭글러 JK에디션 [제공=FCA 코리아] |
기자는 최근 랭글러 JK 에디션을 타고 서울 강동~강남구를 누비는 기회를 가졌다.
외관에 대한 첫 인상은 ‘상남자 차 같다’였다. 자유와 모험의 아이콘인 최강의 오프로더 차 랭글러 중에서도 지프 랭글러 언리미티드 사하라를 베이스로 개발된 랭글러 JK 에디션은 확실히 아기자기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17인치 고광택 실버 알루미늄 휠이 적용된 1840㎜의 높은 전고, 거대한 범퍼 등은 위압감이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주차장에 주차된 랭글러 JK에디션 모습. 차체가 커 주차선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
실내도 투박하긴 마찬가지였다. 함께 시승한 선배의 말을 빌리자면 ‘투박한 아날로그 감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실내’는 철제 프레임 오프로드용 보조 손잡이나, 스틱형으로 탑재된 사륜구동 변속기 등이 적용돼 옛 감성을 찾는 이들에겐 제격일 듯 했다. 반면 디지털 기능은 ‘전무’하다시피 해,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통해 모바일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커넥티드 시스템은 애시당초 없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할 듯 싶었다. 함께 시승한 선배는 “예전처럼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게 더 나았을 법 했다”고 평할 정도였다.
아날로그 감수성이 돋보이는 랭글러 JK에디션의 키. 문을 잠그고 여는 것은 버튼으로도 가능했지만, 시동은 열쇠로 걸어야만 한다. |
랭글러 JK에디션의 계기판 모습.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가까운 투박한 경고화면이 인상적이었다. |
펌프질 하듯 손잡이를 위아래로 당겨 높이 조절이 가능한 시트도 예스러운 느낌이라 인상적이었다. 특히 조악한 방식에도 생각보다 높이 조절의 폭이 꽤 커, 차체 폭을 가늠하지 못할 일은 없을 듯 했다. 키가 162㎝에 불과한 기자 기준, 시트를 끝까지 올리자 가속페달이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높이가 올라가 차량 본네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차체가 높고 넓은 탓에 주행 전 다소 긴장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우려했던 것과 달리 랭글러 JK 에디션은 외려 운전이 무척 쉬운 차였다. 차체가 높고 시야가 탁 트여서인지 폭을 가늠하기가 세단 보다 용이했다. 다만 차체가 높아서인지 시내 운전 시 버스 승객들과 자꾸 눈이 마주쳐 조금 민망하긴 했다.
랭글러 JK 에디션의 재미는 가속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3.6리터 펜타스타 V6 가솔린엔진이 적용된 차량의 최대 출력은 284마력, 최대토크는 35.6㎏ㆍm. 랭글러 JK 에디션은 저속 주행에서는 자꾸 멈춰 서려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일단 가속이 붙고 나면 거침없이 도로 위를 내달렸다. 마치 한 마리의 코뿔소 위에 올라탄 느낌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어떤 도로 사정에서도 큰 힘 들이지 않고 쑥쑥 오르내리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다. 상당한 높이의 턱을 넘어 있는 경사면에 모로 차를 세워야 하는 순간에도, 차는 힘든 기색 없이 큰 바퀴로 턱을 부드럽게 넘어 올랐다. 비스듬한 경사면에 가로로 차를 세울 때에도 위태로워 보이는 외관과 달리 안정적으로 잘 멈춰 서서, 오프로드에서의 주행 성능이 무척 궁금해질 정도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일단 후측방 경보시스템이나 차선인식 기능 등 최근 차량들의 트렌드인 기본적인 안전사양이 없다는 게 ‘옥의 티’였다. 또 거친 승차감도 운전의 피로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함께 시승한 선배의 말을 빌리자면, ‘배를 타고 있는 기분’이었다. 보조석 쪽에서 밟은 요철의 느낌이 운전석에도 고스란히 전해져, 전체적으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것 같은 출렁임이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요철을 밟은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엉덩이로 요철을 느끼며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트렁크의 경우에도 아래위로 열리는 구조가 아니라 옆으로 열리는 구조라 아파트 주차장이나 공용주차장 등에서는 트렁크를 열기 위해 꽤 많은 공간이 필요할 듯 했다. 아울러 윈도우와 해치가 나뉘어 있어 해치를 열지 않으면 윈도우가 열리지 않는 점도 불편했다.
한편 랭글러 JK 에디션의 가격은 부가세 포함 5390만원이다.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