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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인 무뚝뚝하다?…미식 여행에서 들통난 섬세함
獨 정부, 올해의 여행테마로 ‘맛’ 선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독일 정부과 베를린은 외국 손님을 끌 때 독특하면서도 촌철살인의 슬로건을 내걸어 효과를 봤다. 전 유럽이 테러의 공포에 떨 때에도 ‘나홀로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6년엔 ‘친구를 만드는 시간(Die Wlet zu Gast bei Freunden)’을 2008~2012년엔 ‘Be Berlin’ 캠페인으로 독일과 범게르만 국가, 독일을 좋아하는 나라들 간 유대감을 키웠다.
독일 와인의 주 산지인 라인강 인근 모젤 지방

이 때와 겹치는 시기, 그리고 지금까지도, ‘독일 병정’ 처럼 속정만 깊고 겉은 무뚝뚝한 이미지를 없애려, ‘섹시 베를린’ 구호를 내건다.

우정과 친근감을 내색하기 영 어색하지만, ‘섹시’라는 대척점의 가치로 더 강하게 접근토록 해, 짐짓 미소 한 자락이라도 더 지을수 있는 독일인이 되자는 캠페인이었다. ‘섹시 베를린’의 실천사항 중에는 ‘새로 이사 온 집에 가서 친한 이웃임을 시위하기’도 포함돼 있다.

2017년 종교개혁 ‘역사 문명 전환의 진원지’로서 세계인의 주목을 끌려고 했던 독일은 2018년 그간 자랑하지 않았던 ‘맛의 본고장’임을 내세웠다.

독일정부 관광청 한국사무소(대표 낸시 최)는 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독일관광의 2018년 마케팅 테마 ‘미식’을 소개했다.
세계최고의 쏘시지, 독일 튀링겐 부어스트

독일의 맥주와 와인, 쏘시지는 이미 세계 최고의 정평이 나 있다. 이날 ‘독일 관광 마케팅 테마 발표회’에서는 16개 주의 독특한 먹거리, 마실거리, 취할 거리들이 소상하게 공개됐다. 꼼꼼해서 기계 만지는 솜씨가 세계최고인데, 맛에도 이같은 섬세함이 투영됐을까.

독일에 3200여종의 빵이 있고, 유네스코가 독일 제빵문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 심사를 하고 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네스코 심사는 부문에 따라 2년에 한번씩 열리기 때문에 서류는 이미 올라갔다.

독일에 300여개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바덴-뷔템베르크 주가 74개로 가장 많고, 남부 라인강 주변 로느트라인-베스트팔렌 주가 51개, 바이에른 주가 48개, 라인강 주변의 라인란트-팔츠 주가 27개, 베를린 주가 21개를 보유하고 있다. 라인강 유역에 맛집이 많다는 얘기이다. 사실 라인강 주변지엔, ‘물 좋아야 제품 좋다’는 와인도 가장 많이 생산된다.

전후 빠른 성장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라인강의 기적’은 사실, 생래적 터전의 강점과 독일인의 섬세한 손맛이 어우러지면서, 아주 오래 전 식품,농업,환경,생태 분야에서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지역별 대표 음식은 베덴-뷔템베르크의 슈바르츠밸러 키르슈토르테, 베를린의 커리부어스트, 브란덴부르크의 슈프레발트구르켄 등이다.
독일 작센 안할트 주의 바움쿠헨

커리 부어스트는 감질맛과 매운맛이 극단적 조화를 이룬다. 그래서 ‘천국에서 지옥까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네덜란드와 가까운 브레멘은 커피로 유명하다. 1673년 독일 내 첫 커피하우스가 이곳에서 생겼다. 바이에른의 맥주는 이미 ‘황금 빛 물결의 예술’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함부르크는 빵 사이에 청어, 정어리 등 생선요리를 끼워먹는 함부르거로 유명하다. 피쉬마켓이 우리처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린다.

헤센 지방 프랑크푸르트 등 도시는 한번에 7가지 허브를 품은 ‘그린 소스’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은 신선한 생선으로, 라인란트-팔츠는 전통을 고수하는 ‘순수 배양’의 와인으로 최고에 손꼽는다.

니더작센은 어스트프리센 테(茶)의 향으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은 생과자와 아몬드, 땅콩, 초콜릿을 조화시킨 아헤너 프린텐의 맛으로, 영혼을 어루만진다.

자를란트의 지겐캐제라는 염소치즈는 ‘모든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만능 양념’으로 통한다.

튀링겐의 쏘시지는 독일의 맥주 만큼이나 세계 최고 쏘시지이다. 소금과 후추만 넣은 튀링거 로스트브라트 부어스트는 오리지날의 맛의 감동을 준다.

작센의 드레스데너 크리스트슈톨렌 과일 쿠키는 독일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음식이다. 작센 안할트 주의 바움쿠헨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의 귀베커 마치판 초콜릿은 달콤한 유혹의 상징이다.

달게 생기지 않은 독일인이 달고, 선 굵기만 할 것 같은 독일인이 섬세하다. 2018년 ‘맛의 독일’은 감춰진 독일인의 진면목을 한 꺼풀 더 벗겨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설렌다. ‘독다’(독일 다니엘)로 한국인에게 더 친근해진 독일 병정의 속을 더 알아가는 즐거움이 부수적으로 따른다.

한편, 독일관광청 조사결과 독일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여행활동은 1위가 관광지 구경, 2위가 레스토랑 및 카페 방문, 3위가 산책 및 걷기였다. 이어 쇼핑, 전통음식 및 음료 즐기기, 박물관과 전시회 감상, 자연 속에서의 산책, 가이드 있는 투어, 바와 무도장 등 나이크라이프 순이었다. 즉 먹방이 여행 ‘5락’ 중 2개나 차지했다.

먹는데 쓰는 총 경비는 연간 67억 유로로 10조원에 육박했으며, 이는 전체 여행 경비 중 18.2%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관광청에 따르면, 전세계 40개국 인터넷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웹 인덱스’의 서베이 결과, 미식투어의 여행자층은 좋은 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 아이들이 있는 가족, 도시거주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활동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부류들 보다 훨씬 많았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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