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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예비군 창설 50주년…첨단 ’스마트‘ 훈련장 가보니
-“예비군 훈련장 식사 형편없다뇨…실상을 알려주세요”
-영상모의사격장서 인간적 고뇌 겪었지만…생존 위해 사격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기상 악화로 한미 해병대 상륙훈련이 취소된 5일 아침, 육군본부에서 “오늘 예정된 예비군 훈련 체험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이날 육군은 예비군 창설 50주년을 맞는 예비군의 날(6일)을 하루 앞두고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예비군 훈련 체험 행사를 준비했다.

매년 4월 첫주 금요일로 지정된 예비군의 날(올해는 6일)은 예비군 창설일(1968년 4월1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 기상 악화로 한미 해병대 상륙훈련이 취소됐는데 예비군 훈련은 정상적으로 진행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비 별로 안 오는데요?”라는 육군 관계자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비가 계속 오면 우비를 착용하면 되고, 원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안 해도 된다”며 행사 강행 의지를 거듭 밝혔다.

예비군 훈련 체험 장소는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 예비군 훈련대. 기자가 15년전 실제로 예비군 훈련을 받던 장소다.

과거와 비교해 예비군 훈련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했는지를 보여주겠다니 실제로 한 번 확인해보고 싶기는 했다.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오전 11시 버스에 올라 40분여만에 금곡 예비군 훈련대에 도착했다.


[사진=김수한 기자/soohan@heraldcorp.com]


첫 코스는 예비군 훈련병과 똑같은 메뉴의 점심식사였다.

한 끼 6000원짜리 도시락은 알려진 바와 달리 풍성했다.

밥, 김치, 계란후라이, 제육볶음, 줄줄이 소시지, 떡갈비, 생선가스, 어묵국, 생수, 사과음료가 한 번에 나왔다.

훈련장에는 한 끼 6000원인 식사가 2종류 제공되고 있었다. 하나는 백반, 하나는 도시락.

▶“예비군 훈련장 식사 형편없다뇨…실상을 알려주세요”=이날 교육에 참여한 900명의 예비군 훈련병 중 절반은 백반, 절반은 도시락을 주는 식당으로 나눠졌다. 취재진은 도시락을 주는 식당으로 배정된 것이다.

예비군 훈련장 관계자는 “식사 선호도 조사 결과 백반보다는 도시락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며 “식사가 괜찮지 않았느냐. 예비군 훈련 밥이 형편 없다는 인식이 점차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뒤 전투복으로 환복하며 본격적인 훈련 체험이 시작됐다.

훈련병 등록 절차는 첨단 기기의 힘을 빌려 과거보다 간소화됐다. 참가자의 신분증을 신분증 스캐너로 찍자 인적 사항이 파악됐고, 각자의 인적사항이 등록된 스마트워치가 참가자 모두에게 지급됐다.

1일 훈련에 1000여명이 참가하는 훈련장 규모를 감안해 1150대가 구비돼 있는 스마트워치는 유사시 해당 병력의 위치를 추적,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훈련 결과 확인, 이동거리와 맥박 등 건강정보 확인, 알람 기능이 있고, 위급 시 SOS를 호출할 수도 있다.

전투복 상하의, 야상, 허리띠, 전투화, 탄띠, 군용 헬멧 순으로 착용했다. 전투화 끈을 매는 순간, 98군번인 기자의 20년 전 군생활 장면들이 뇌리 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묶고, 거듭 묶은 뒤 남은 끈을 정리해 바지 밑으로 가지런히 넣었다. 신형 전투복에는 고정용 고무줄이 부착돼 있어 과거 바지 밑부분을 고정하기 위해 쓰던 ‘고무링’을 쓸 필요가 없었다.

이날 예비군 훈련에는 연세대생, 한성대생 900여명이 참가하고 있었다.

‘이들과 훈련을 함께 받으려면 최소한 민폐는 끼치지 말아야 하는데…’라는 걱정이 앞섰다. 취재진들에게 훈련병들과 다른 아주 작은 편의가 제공되더라도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훈련장으로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꺼내보는 순간, 훈련장 조교가 달려와 “다른 일반 훈련병들을 자극할 수 있다”고 제지해 스마트폰을 얼른 바지춤에 찔러넣었다.

훈련장에는 실내 (실탄) 사격장, 영상모의 사격장, 시가지 교전 교장이 조성돼 있었다.





실내 사격장에는 표적 자동이동 레일, 사로별 방탄벽 및 표적 모니터, 소음감쇄기, 총기 고정틀 등의 편의장비가 설치돼 있었다. 사격자는 따로 방탄조끼도 입어야 한다. 5발 사격해서 지름 5㎝ 원 내에 3발 이상 명중해야 합격이다.

영상모의 사격장에서는 마치 전자오락게임을 하듯이 큰 대형영상화면에 나타나는 적을 명중시키는 훈련이 치러졌다.

10명이 각 사로에 엎드린 채 화면에서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적을 명중시켜야 한다. 만약 적이 20m 이상 접근할 때까지 적을 맞추지 못하면 본인이 ‘전사’한 것으로 모니터에 표시돼 그야말로 ‘살기 위해’ 화면상의 적을 사살해야 했다.

영상모의 사격장에서는 2가지 상황이 설정됐다. 한 번은 지하철5호선 군자역, 한 번은 영동대교를 배경으로 적과 교전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막상 교전이 벌어지자 총을 쏘기가 쉽지 않았다. ‘상대도 누군가의 귀한 아들, 귀한 아버지일텐데’라는 생각에 방아쇠를 쉽게 당기지 못했다. 군자역을 배경으로 한 교전에서는 명중률 3%를 기록하고 ‘전사’했다. 1명이나 2명 정도를 맞춘 셈이다.





▶첨단 영상모의사격장서 인간적 고뇌 겪었지만…생존을 위해 사격=사격은 할수록 늘었다. 영동대교를 배경으로 벌어진 2차 교전에서 명중률은 11%. 7~8명 정도를 맞춘 것으로 추정됐고 ‘생존’했다.

육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해당 정부부처와 협의해 이르면 2020년부터 영상모의 사격장에 VR(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어서 시가지 교전 교장에서는 본격적인 ‘서바이벌’ 훈련이 펼쳐졌다.

이날 취재진 10명은 하나의 팀을 구성해 당일 훈련에 참가한 한 대학교 소속 예비군들과 청군, 황군으로 나눠 교전을 벌였다.

이 훈련에서 두 팀은 과거 서바이벌 게임에 쓰였던 페인트탄이 아닌, 레이저 발사장치와 고감도 센서를 갖춘 마일즈(MILES) 장비로 시가지 전투 상황을 체험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결과는 취재진의 패배였다.

2명의 황군을 명중시킨 기자는 잠시 후 출처를 알 수 없는 적의 레이저에 맞아 경상을 입었고, 잠시 후 다시 피격돼 중상자가 됐다.

경상인 경우 30초간 사격기능이 중지되고, 중상은 2분간 중지된다. 중상을 입은 기자는 건물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2분이 지나가길 기다렸지만, 그 사이 시가지 전투 훈련이 끝나고 말았다.

훈련을 마치고 스마트워치를 반납한 뒤 옷을 갈아입고 복귀했다.

훈련장에는 수백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샤워장도 설치돼 있다고 한다. 비누와 수건이 비치돼 있고, 뜨거운 물도 나오지만 실제 예비군 훈련병 중 샤워장을 이용하는 인원은 수십여명에 그친다고 한다.

훈련장 관계자는 “예비군 훈련병들은 훈련이 끝나면 그냥 귀가하고 싶어한다”며 “현재는 훈련병들이 집에서 전투복을 입고 훈련장에 오지만, 앞으로는 사복을 입고 훈련장에 와서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뒤 훈련을 하는 방향으로 바꿔갈 계획이다. 그 경우 샤워장 이용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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