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발부 1시간도 안 돼 검찰 호송차량 탑승
-담담한 표정의 MB…측근들은 눈물 흘리기도
[헤럴드경제=유오상ㆍ정경수 기자]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부터 검찰 호송차량에 오르기까지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시간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자택 주변에는 적막감이 맴돌았다.
법원의 구속 결정을 앞둔 지난 22일 오후 9시50분께, 이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주변에서 머물던 100여명의 취재진들과 경찰 병력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곳곳에서 “생각보다 빨리 결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3월 31일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전 3시가 돼서야 구속 여부가 결정됐고, 검찰이 이번에 법원에 제출한 서류만 8만 쪽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구속 여부가 다음날 새벽쯤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이 준비한 호송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예상보다 구속 결정이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자택 주변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1시간 정도가 지난 뒤인 오후 11시6분,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졌다. 취재진들은 휴대전화를 통해 영장 발부 소식을 듣자마자 즉각 생중계를 시작했다. NHK 등 외신들도 일제히 카메라 앞에 섰다. ‘구속’을 예상한 듯 지체 없이 방송을 시작했다. 어두웠던 주위가 카메라 조명으로 인해 갑작스레 아침처럼 환해졌다. 같은 시간 자택 주변에서는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앞서 추가 경력을 투입했던 경찰은 경계를 한층 더 강화했다. 구속 결정 직전에 설치해둔 철제 펜스 안으로 야광 점퍼를 입은 경찰 15명이 추가로 투입됐다.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의경 10여명은 자택 벽에 바짝 붙어 섰다. 의경들에게 “멍하게 있으면 안 돼. 펜스 밀리면 안 돼”라고 강조하는 소리가 반복됐다. 다행히 이날 자택 주변에서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 11시55분께, 검찰에서 출발한 검은색 K9, K5, 카니발 등 호송차량 3대가 자택 앞에 도착했다. K5 뒷자리에서는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을 대면 조사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검사와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검사가 내렸고, 카니발에선 검찰 수사관들이 내렸다. 송 부장검사의 왼쪽 손에는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서류 가방이 쥐어져 있었다. 이들은 자택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의 안내를 받아 자택에 들어갔다.
자택에 들어간 검찰의 영장집행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자정을 막 넘긴 시간 이동관 전 홍보수석과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24명이 마지막 배웅을 위해 자택 대문 밖으로 차례로 나왔다. 이들은 대문 옆 담벼락에 일렬로 늘어서 이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구치소로 향하는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사진=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
곧이어 이 전 대통령이 갈색 차고 문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넥타이를 매고, 얇은 검은색 코트를 걸쳤다. 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장제원, 권성동 의원 등 3명과 악수를 나눈 후 곧장 검찰이 준비한 K9 차량에 탑승했다. 취재진이 심경 등을 물었지만, 이 전 대통령은 결국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2분가량의 짧은 순간 동안 측근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들 이시형 씨를 비롯해 가족들은 차고 안에서 이 전 대통령이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들 이 씨는 울음을 터트렸고, 가족들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해 “힘내세요”라고 소리쳤다. 부인 김윤옥 여사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날이 바뀐 23일 오전 12시2분께, 이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서울동부구치소로 출발했다. 경호 인력은 대부분 철수했고, 취재진들도 이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자택 앞을 떠나자 장비를 챙겨 떠나기 시작했다. 논현동 자택 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한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40분가량이 지난 후 자택 앞에서는 채은샘 민중민주당 대변인이 홀로 남아 “이명박의 모든 비리재산을 철저히 환수하고 그 패거리들을 빠짐없이 구속하라”고 외쳤다.
osyoo@herla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