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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중국인들은 시진핑을 향해 촛불을 들 수 있을까
중국인들은 과연 시진핑을 향해 촛불을 들 수 있을까.

시진핑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 폐지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른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당사자인 중국인들은 조용하다.

반만년 역사의 중국이 종신 집권에서 벗어난지는 실제 몇 년 되지 않았다.

마오쩌둥 1인 독재시대의 폐단을 경험한 덩샤오핑은 1982년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국가 주석 임기를 2연임(10년)으로 제한하는 인사시스템을 만들었다. 과도한 권력 집중을 경계하기 위한 집단지도체제의 바탕도 마련했다.

중국 특유의 민주 집중제로 불리는 집단지도체제는 중대 사안을 정치국 상무위원회 공동으로 결정토록 해 1인 독재를 막았다. 서방 정치 평론가들은 집단지도체제를 신기해 하면서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이같은 정치 시스템은 와해됐다. 연임을 제한한 헌법 개정으로 중국의 정치 수준은 마오쩌둥 시대로 후퇴했다.

최근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상 통제는 실제로 ‘마오의 시대’를 연상케 한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앞세운 시진핑의 ‘중국몽’은 지금보니 마오쩌둥의 ‘추영간미(영국과 미국을 따라 잡는다)’를 베낀 것 같기도 하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마오의 강력한 통치 속에서 중국인들은 대약진운동과 대기근, 문화대혁명 등을 겪었다. 집단의 가치를 강조했던 그때 중국은 가난했고 인간성이 부정됐던 시기다. 중국인들에게 그 시절은 공포로 각인됐고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있다.

당해본 자들의 공포지수가 더 높아서일까.

현재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최강국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G2 반열에 올랐다. 모바일 인터넷, 인공지능(AI), 우주산업 등 첨단산업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죽의 장막’ 에 갇혀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럼에도 집단지도체제의 최고 지도층 가운데 시진핑의 장기 집권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지난 5년간 목격한 반부패 척결에 행여 자신이 그 대상이 될까봐 모종의 거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대중들도 침묵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의 사상 통제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헌 투표가 이뤄진 지난 11일 즈음엔 인터넷에서 ‘개헌’과 관련된 검색어가 모두 차단됐다. 개헌안이 통과된 후 해외 이민이 검색에서 증가하자 ‘이민’이라는 단어도 검색 차단에 추가했을 정도다. 심지어 베이징의 주요 대학가 주변 식당과 카페 등에 ‘외국인 10명 이상 동시 입장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 있는 중국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진핑의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촛불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언제쯤 대륙으로 옮겨 붙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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