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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 잡스’ 홈즈, 최연소 억만장자서 ‘희대의 사기꾼’ 추락
테라노스 CEO 엘리자베스 홈즈
“피 몇방울로 수십가지 질병 확인”
실리콘 밸리 ‘미래’로 등극
美 SEC “정교한 사기” 기소


실리콘밸리의 ‘여성 스티브 잡스’로 불렸던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대규모 사기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소됐다. 피 몇 방울로 수십 가지 질병을 한 번에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해 단시간 내 ‘최연소 억만장자’에 등극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낙인 찍혔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SEC는 이날 “홈즈와 테라노스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레미시 서니 발와니가 회사의 기술, 사업 및 재무 실적에 대해 허위 진술을 하거나 과장해 수년간 정교한 사기를 벌인 끝에 7억달러(약 7455억원) 이상을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테라노스는 2003년 스탠퍼드대를 중퇴한 홈스가 19세에 만든 회사다. 몇 방울의 피만으로 수십 가지 질병을 한 번에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홈스는 실리콘밸리의 ‘미래’로 떠올랐다.

회사의 가치는 2014년 90억달러(약 9조5850억원)에 이르며 홈즈도 돈방석에 올랐다. 2015년 5월 포브스가 발표한 자수성가형 여성 리스트에서 맨 꼭대기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그해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테라노스에서 제공하는 200여개의 혈액검사 항목 중 단 12개 항목만 자체 기술로 검사됐다고 보도하면서 사기극이 드러났다.

SEC은 이런 배경을 들어 테라노스가 투자 파트너에게 자사의 기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으며, 일부 실험을 위해 제3자의 의학 장비를 자체 기술 대신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회사가 2014년 1억달러(약 1064억6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실제 10만달러(약 1억원)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또 회사를 포장하기 위해 언론에 거짓말을 하거나 오도 발언을 내놨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CNN 방송은 “테라노스의 명성은 유명인들에 의해 부풀려지기까지 했다”며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해군사령관 등이 회사의 이사진으로 합류했던 것을 거론했다.

홈즈는 이런 혐의에 대해 인정하거나 부인하지도 않았다. 다만 50만달러(5억3230만원)의 벌금을 내고 향후 10년간 어느 상장기업의 임원이나 이사로 활동할 수 없다는 데 합의했다. 사기 행각을 벌이는 동안 취득한 주식과 경영권도 반납하기로 했다.

반면 발와니는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발와니의 변호사인 제프리 쿠퍼스미스는 “SEC의 조치는 부당하다”며 “발와니는 투자자에게 최선을 다해 정확한 정보를 전했으며,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오히려 중대한 재정적 위험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SEC의 샌프란시스코 지역 사무소장인 지나 최는 “테라노스의 이야기는 실리콘밸리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며 “혁신가들은 그들이 원하는 바가 아닌, 현재 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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