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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기 위해 사표…내일 위한 ‘내 일’은 행복”
야근·회식에 내몸은 ‘천근만근’
회사 박차고 도전 택한 사람들
“얻는게 있다면 잃는게 당연…
고연봉 버렸지만, 하고싶은 일”


지난 11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지하 사무실. 헬스장 장갑, 물병 등 각종 헬스 장비가 널브러져 있었다. 헬스장처럼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곳은 배찬승(가명ㆍ30) 씨의 일터다. 1년 가까이 대기업 홍보팀에서 근무하던 배 씨는 2년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며 사표를 냈다. 회사에서 늘 열정적이고 성실했던 그였지만 언제부턴가 어떠한 보람과 행복도 느끼지 못했다.

배 씨는 “당시 생명력을 잃어버린 생태였다”며 과거를 떠올렸다. 유일한 낙은 퇴근 후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심장이 멎을 듯 한바탕 뛰고 나면 살아있는 듯했다. 이 힘과 에너지를 나의 일에 쏟아 붓는다면 훨씬 행복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차린 배 씨의 사무실의 모습. 주말이었지만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회사로 출근했다. 정세희 기자/say@

같은 고민을 갖고 있던 고등학교 친구도 힘을 보탰다. 그의 친구인 심형상(가명ㆍ30) 씨는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회사를 1년 더 다니면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일주일 세 번 이상 새벽 1시가 넘게 회식을 했다. 2차는 기본이었고 3차까지 가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제 시간에 귀가하는 날은 하루도 없었다. 주말도 없이 일에 치여 살았다. 무조건 ‘네’만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입사 후 2년도 안돼 그의 머리카락은 계속해서 빠졌고 몸무게는 10㎏이나 늘었다.

▶“살기 위해 퇴사했어요”=퇴사는 ‘나약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심 씨였지만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살기 위해서였다.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면서 사는 것. 누구나 한번쯤 희망하는 그들의 꿈은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됐다. 가슴 뛰는 일을 찾다 보니 취미로 즐겼던 운동이 자연스럽게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이 됐다.

모두가 ‘건강이 최고’라고 하지만 자신의 건강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에게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헬스와 관련된 동영상을 재미있게 편집을 하고 건강과 관련된 정보들을 재가공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건강한 삶이라는 가치 역시 함께 나누고 싶었던 그들은 사회공헌 활동도 함께 펼쳐나갔다. 취미와 일이 합쳐지는 순간이었다.

현재 그들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야근을 지시하는 사람 없이도 일이 끝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지긋지긋했던 회의는 샘솟는 아이디어로 몇 시간이고 계속 됐다. 주말엔 월요일에 출근할 생각에 들떠있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입이 일정치 않아 늘 불안하다. 직원도 두 명 밖에 없어 역할 분담을 해도 일은 산더미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어딜 가나 겪는 일이라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지금 행복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퇴사를 하고 다시 재입사를 꿈꾸는 사람도 많은 만큼 퇴사가 곧 행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잃어버린 꿈을 찾고 이를 실현해 나가는 지금 나는 행복하다”고 답했다.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서울 성동구의 이현숙(31ㆍ여) 씨는 1년전 대기업 비서 일을 그만두고 최근 화장품 마케팅 회사에 입사했다. 평소 화장품에 관심이 있던 그는 늦은 나이에 회사를 그만두고 화장품 회사만 지원하는 모험을 택했다. 이직을 하는 데 있어서 그는 철저한 ‘계획파’였다. 백수로 보낼 1년을 월 단위로 나눠 무엇을 해야할 지 구체적으로 계획했다. 관련 업종 사람들을 만나 무엇이 필요한지 조언을 듣고 필요한 자격증, 경험을 쌓아나갔다.

현재 그는 똑같이 야근에 시달리고 업무 스트레스를 받지만 단언컨대 이전보다 행복하다고 했다. 이 씨는 “퇴직을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 사람들의 삶이 다양하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게 당연하다”며 “나는 높은 연봉을 버렸지만 적성에 맞는 일을 할 때의 희열을 택했다. 결국 잘하는 일을 하다 보면 나중엔 돈도 따라오지 않을까”하고 웃었다.

이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씨는 “단순히 현재 삶에 대한 불만족이 이직의 동기가 되어선 불행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도 실패가 반복된다면 좌절감에 빠질 수도 있다. 회사를 박차고 나온 용기가 후회로 남지 않으려면 정말 부지런히 노력해야 하고, 그 부담을 이길 자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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