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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종사자 77% “성폭력 참았다”…‘미투’ 조짐에 병원들 예의주시
-보건의료조조, 조합원 2만8000여 명 대상 설문조사
-성폭력 가해자, 10명 중 7명 환자…2명 의사ㆍ상급자
-10명 중 9명이 성폭력 피해 당해도 사적 토로에 그쳐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최근 ‘빅5’로 꼽히는 서울대병원ㆍ서울아산병원에서 성폭력 관련 폭로가 나오면서 의료계에도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바람’이 불 조짐이다. 그동안 의료계를 ‘좁은 바닥’으로 느낀 관련 종사자들이 ‘미투 운동’에 동참, 묻어 뒀던 속내를 하나둘 털어놓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은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때문에 그동안 침묵했던 이들이 ‘미투 폭로’를 본격화할지를 의료계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의료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8명은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바람’과 함께 그동암 침묵했던 이들이 ’미투 폭로‘를 본격화할지 의료계에서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성폭력 관련 폭로가 나온 서울대병원 모습. [헤럴드경제DB]

9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와 함께 지난해 3~5월 각급 병원에 근무하는 조합원 2만8663명을 설문조사해 발표한 ‘2017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중 77.4%가 ‘성폭력 피해 시 주변 아는 사람에게 하소연하는 등 참고 넘겼다(주변에 아는 사람에게 하소연 포함)’고 답했다. 21.2%는 ‘직장 상사나 동료 등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답했다. 여전히 성폭력 피해자가 침묵한 채 사적인 고만 토로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8.0%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1.9%, 여성이 9.5%였다. 연령별로는 20대(11.8%)와 30대(8.5%)가 압도적이었으며, 40대 이상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성폭력 피해 경험자 228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해자가 환자인 경우가 71.2%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의사 14.1%, ▷환자 보호자 12.8% ▷상급자 6.9% 등의 순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환자 가해자는 20대에서 79.7%로 가장 높다가 연령이 높아질수록 감소하여 50대에는 57.9%로 감소했다.

의료계 성폭력은 주로 접촉하는 대상 중에서 가해자가 많았다. 실제로 직종별로 보면 환자 접촉이 많은 물리치료사, 간호사는 가해자 환자라는 응답이 82.1%, 74.9%로 높았다. 반면 환자보다 내부자 접촉이 많은 방사선사는 가해자가 상급자라는 응답이 41.2%로 가장 높았다.

성폭력 피해 시 대응 방식에 대해 ‘참고 넘겼다’와 ‘직장 상사나 동료 등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 두 가지 응답자의 비율이 무려 98.6%나 됐다. ‘고충처리위원회에도움을 요청하거나 법적 대응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해결했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참고 넘겼다’는 응답은 남성(81.8%)이 여성(77.4%)보다 높았다.

이 같은 사정에 병원들은 향후 ‘미투 바람’에 대한 파장을 대비하고 있다. 서울 지역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아직 별다른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으나 계속살피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전수ㆍ진상 조사 등 대책을 세울 예정이다. 문제가 없더라도 향후 관련 캠페인을 펼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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