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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전방위 확산] 올게 왔다?…여의도는 ‘숨죽인’ 아우성
안희정 파문 정치권 확산에도
페북 ‘대나무숲’ 익명글만 넘쳐
보좌관 고정된 인력풀에 의존
평판 중시 풍조에 회의적 시각


미투 운동이 정치권도 강타하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충격적인 폭로가 나오는 등 여의도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하지만 폐쇄적인 국회의 구조적 특성이 미투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정치권 내 연이은 미투 폭로로 여의도는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일부 남성 보좌진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보좌관 A씨는 “성별 무관하게 떳떳한 보좌관들은 ‘미투 운동을 계기로 모든 것을 다 폭로하자’라는 분위기인 반면 일부 남성들은 폭로 걱정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7일 정치권 내 연이은 미투 폭로로 여의도는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일부 남성 보좌진들 사이에선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실제 국회 직원 페이스북 페이지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최근 들어 폭로 글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 이모 의원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익명의 글쓴이는 “당시 딸 같다며 며느리 삼고 싶다던 의원은 내 앞에서 바지를 내렸다”며 “의원의 더러운 성욕 때문에 우리 부모는 딸에게 더러운 말을 하는 의원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어야만 했고, 나는 부모 가슴의 대못을 박은 죄인이 되었다”며 “이 의원이 얼마 전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가해자를 비난하는 기사를 보고 아침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글을 올린다고 해서 의원이 죄책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성적으로 상처를 받는 분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라며 나 또한 언젠가는 용기를 내어 당당하게 대면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며 글을 마쳤다. 

국회 직원 페이스북 페이지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 최근 올라온 미투 폭로 글.

또 다른 글쓴이도 “일상에서 성차별적인 발언, 술자리에서는 성희롱 발언을 아무 생각 없이 내뱉던 의원의 입이 아직 눈에 선하다. 그 때의 기억과 트라우마로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그 의원이 미투 운동을 응원한다는 소식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게시글은 대부분 익명의 폭로에 그치고 있다. 이는 폐쇄적인 국회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의원에겐 보통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등 9명의 보좌진이 꾸려진다. 이들 모두 별도의 공채 시스템 없이 의원들의 재량에 의해 뽑힌다. 의원들과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국회에 입성하거나 인턴부터 일을 시작해 보좌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한 의원실에서 평균 1~2년 단기간으로 일한 후 의원실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고 4년마다 의원들이 물갈이 되어도 보좌관 인력풀은 그대로 유지되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국회 내에서 상사에 의한 평가가 보좌관들의 밥벌이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는 보좌관 B 씨는 “고정된 인력풀로 서로 돌고 도는 탓에 의원실을 옮길 때마다 평판 조회를 하는데 자칫 소문이 잘못 나면 여의도를 떠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내부적으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사 보좌관에게 아무 소리조차 할 수 없는 ‘갑을’ 구조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에도 미투가 상륙했음에도 운동 확산에는 비관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보좌관들도 있다.

한 보좌관은 “국회 내 상급자가 가하는 성폭력, 언어폭력, 기본권 무시와 같은 근본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무엇이 있겠냐”며 성폭력 상담센터 등을 설립한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로 되겠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김지은 씨는 6일 서울서부지검을 찾아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안 전 지사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과 ‘위계 등 간음’ 혐의를 적시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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