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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민 “고향땅 밟을수 있을것 같다”
실향민도 “성과 계속 유지 되길”

“김일성부터 시작해 북한 최고 권력자가 한국으로 직접 찾아와 회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대통령이 바뀐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바뀔 것 같아요.”

15년 전 중국을 통해 가족과 함께 탈북한 이모(49) 씨는 지난 6일 정부의 제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핵미사일을 언제든 발사할 수 있다”며 미국을 위협하던 북한이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추가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한 것이다. 이 씨는 “아직 북한에 가족이 남아있는데, 지금은 생사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포기했었는데, 잘하면 죽기 전에 다시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특사단이 6일 오후 서울로 귀환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부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한 특사단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났다. 이틀간의 방북 후 정 실장은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며 “회담 성사를 위한 구체적인 실무협의를 진행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 합의 소식에 북한에 가족을 남긴 채 만나지 못하고 있는 탈북자와 실향민들은 “이번 정부에 기대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이번 방북 성과를 환영한다”고 답했지만, 과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자주 겪으며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분위기를 보였다.

북한의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1999년 탈북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김정은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잔인하게 살해한 무자비한 사람”이라며 “이전에도 수차례 남북정상회담 언급 등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며 뒤로는 도발을 준비해왔기에 이번 합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박 대표는 “이번 합의를 북한이나 남한 모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북한의 의중을 신중하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 국장은 “북한의 기만술에 속는 느낌”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김정은 정권은 그동안 ‘체제를 보장하면 비핵화를 하겠다’는 얘기를 계속 반복해왔다”며 “입장 변화라기 보다는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핵실험 등 도발 중지 합의에 대해서는 “북한이 핵을 가져야 할 정당성에 대해 본질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제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을 놓고 온 탈북민뿐만 아니라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 실향민에게도 이번 대북특사 소식은 간절하다. 실향민인 김종훈(71) 씨는 “북한과 서로 미사일을 맞대고 대치하다 이번에 도발을 멈추겠다는 합의문 작성까지 간 것에 대해 너무 기쁘고 정부에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씨는 수차례 무산된 이산가족 상봉 등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측할 수 없는 김정은 정권이 언제 또 태도를 바꾸고 도발을 할지 몰라 이번 성과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 2015년 기준 정부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 신청자는 총 12만9000명으로 이중 절반인 6만3000여명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00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시작되면서 7500여가족이 생사를 확인하고 이중 2만명에 달하는 3900여 가족이 실제 가족을 상봉했다. 이북5도 위원회 관계자는 “한동안 끊겼던 남과 북의 대화가 다시 이어졌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며 “어렵게 잡은 이번 기회가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유오상ㆍ정세희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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