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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인 없이 장사 안되는데 어떻게 사나”
軍 위수지역 폐지 방침 파장
양구·화천 등 “철회” 한목소리
“접경지역 현실 모른다” 격앙
장병은 “바가지요금 불만” 환영


“군 장병들과 함께 상생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접경지역의 현실을 모르는 정부가 우리만 적폐로 규정하고 위수지역을 폐지하려고 하니 한숨만 나오는 상황입니다.”

국방부의 군인 외출ㆍ외박구역 제한 제도(위수지역) 폐지 방침이 나오면서 대표적 위수지역인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주민들은 “왜 우리가 적폐청산 대상처럼 취급되느냐”며 분노했고, 거리 곳곳에는 정부 결정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강원도 화천군 중심가에 걸려 있는 지역 단체들의 위수지역 폐지 반대 현수막.

주말인 지난 3일 오전 군 장병이 몰리며 상권이 발달해 이른바 ‘와수베가스’로 불리는 강원 철원군 서면 와수리 곳곳에는 평소와 알리 ‘위수지역 폐지 결정 철회하라’, ‘접경지역 생존권 보장하라’ 라고 적은 플래카드가 펄럭이며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군인 손님이 몰리며 카페와 음식점 등 가게 대부분 붐볐지만, 주민들의 표정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상인들은 ‘바가지’라는 이미지 때문에 주민들이 적폐로 규정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60) 씨는 “예전에나 비싸게 돈을 받았지, 요즘에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며 “작은 동네에 군인이 아니면 누가 찾아와 밥을 먹고 돈을 쓰겠나. 정부는 이런 현실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9ㆍ여) 씨도 “지금은 주말을 맞아 자리가 가득 찼지만, 평일에는 절반은 커녕 사실상 빈 가게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도 시간당 1500원 수준으로 서울과 큰 차이가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외박을 나온 군인들이 몰리는 강원도 철원군 서면 와수리. 주민들은 위수지역 폐지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군인들은 폐지 결정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이날 오전부터 와수리 중심가에 있는 PC방 네 곳은 모두 외박을 나온 군인들로 가득 찼다. 늦게 도착해 자리를 잡지 못한 군 장병들이 PC방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당구장이나 오락실도 자리 잡기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외박을 나온 군인들은 상인들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날 외박을 나왔다는 한 장병은 “음식점 같은 경우에는 프랜차이즈를 이용하면 되지만, PC방이나 노래방은 아직도 물가가 서울보다 비싼 편”이라며 “오늘만 하더라도 동네 주민인 초등학생들은 평일에 시간을 충전하면서 1000원에 PC방을 이용하는데, 같은 자리에 앉는 우리는 1500원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장병 역시 “음식점도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기 전에는 더 심각했다고 들었다”며 “거리에 걸린 현수막 내용을 봤는데, 돈을 쓰는 입장에서는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강원도 내 대표적 위수지역인 화천과 양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화천 중심가에는 오후에도 숙소를 잡지 못해 인근 모텔과 숙박업소를 돌아다니는 장병들이 눈에 띄었다. 강원도 물가정보망에 따르면 화천 지역의 평균 숙박비는 3~4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외박을 나온 군인들은 실제 훨씬 비싼 요금을 낸다고 했다. 오전 일찍 숙소를 잡으러 오더라도 싼 방은 모두 예약이 돼 있고 10만원이 넘는 비싼 방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싼 방을 잡는 대신 PC방에서 밤을 보내려는 군인도 상당수였다.

위수지역 곳곳에는 그동안 인근에 군부대가 주둔해 주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봤지만, 정부가 위수지역 폐지를 추진하며 상생을 포기했다는 내용의 포스터가 가게 곳곳에 붙는 등 위수지역 폐지를 둘러싼 갈등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화천군 위수지역 폐지 반대 투쟁위원회 관계자는 “접경지대에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신중하지만,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접경지역 주민들의 문제를 알리는 상경 시위 등도 대응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원 양구=유오상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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