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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작 ‘영미’는 이득 못보는 ‘영미 마케팅’
김은정 선수 등 광고 무단활용
개인의 성명·초상은 인격권
무단도용 소송 쥐꼬리 위자료
‘퍼블리시티권’ 판결 엇갈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깜짝 은메달을 선사한 여자 컬링 대표팀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면서 ‘영미 마케팅’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법제상 개인의 성명이나 초상을 재산권으로 인정하지 않아 정작 당사자가 금전적 이득을 보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6일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이름이 ‘영미’인 회원의 댓글 신청을 받아 선착순 200명에 나고야 항공권을 증정한다. 롯데월드도 이름에 ‘영’ 또는 ‘미’가 들어가면 자유이용권을 반값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18일까지 연다. ‘영미’의 주인공인 김영미 선수 이름 외에 ‘안경선배’로 유명해진 김은정 선수 얼굴을 패러디한 광고물도 등장했다.

컬링 대표팀의 이름과 얼굴 모양이 마케팅에 다양하게 동원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선수들이 누릴 수 있는 이익은 극히 제한적이다. 현행 민법상 유명인의 인격권을 상업화할 수 있는 ‘퍼블리시티권’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성명권이나 초상권은 ‘재산권’이 아닌 ‘인격권’으로 다뤄진다. 따라서 무단도용 사례가 소송으로 이어지더라도 실질적인 손해배상액을 산출하지 않는다. 정신적 피해를 일부 보상하는 위자료를 지급하는 데 그칠 뿐이다. 실제 2016년 유명 배우 송혜교 씨도 자신의 이름과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귀걸이를 판매하던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위자료 100만 원을 지급받는 데 그쳤다. 유명인의 이름을 허락없이 사용하고 배상을 하는 쪽이 더 이득인 셈이다.

반면 퍼블리시티권을 법적 권리로 인정하면 사람의 이름이나 초상을 재산으로 주장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실제 발생한 손해액을 산정해 소송을 내는 게 가능해진다. 특정 업체가 유명인의 이름이나 얼굴을 무단으로 사용해 수익을 올렸다면, 그 수익에 비례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인격권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나 위탁관리를 맡길 수 없지만, 퍼블리시티권은 재산권의 성격을 가지므로 전문적인 관리인에 관리를 맡겨 수익 사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1950년에 이미 판결을 통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다.

명문 규정이 없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해 우리 법원 판결은 엇갈리고 있다.

민법상 규정이 없더라도 손해배상 일반 원리나 헌법에서 보장한 행복추구권 등을 근거로 무단도용을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판결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 민법에서 ‘재산권은 명문 규정 없이 인정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입법 없이는 이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도 여럿 있다. 대법원은 아직까지 명확한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소액사건심판법’은 소액소송은 대법원에 상고할 수 없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데, 퍼블리시티권 침해 사건은 거액이 걸린 경우가 드물어 제대로 된 대법원 판결을 받을 여지가 줄어든다. 만일 대법원이 이 권리를 인정할지에 관해 선례를 남긴다면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함께 심리해 결론을 내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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