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회생법원 개원 1년①] 법원 문턱 낮아지고 회생절차 빨라졌다
- 개인회생 절차 이용 활성화, 기업회생 기간 단축
- 판사 전문성 제고, 독립 법원 지위 효과 꼽혀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지난해 3월 출범한 국내 첫 회생ㆍ파산 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이 2일 개원 1년을 맞았다. 1997년 외환위기로 개인과 기업이 줄도산하며 세워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20년 만에 독립해 출범한 회생법원은 가정법원ㆍ특허법원ㆍ행정법원에 이어 4번째로 설립된 전문법원이다.

출범 후 분주한 1년을 보낸 회생법원은 당초 목표로 삼았던 ‘회생 효율성 제고’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원 1년을 맞은 서울회생법원 모습 [제공=서울회생법원]

▶문턱 낮추고 속도 높이고…회생 효율성 개선에 초점

2일 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1월까지 3000여명의 채무자가 ‘뉴스타트 상담센터’를 이용했다. 이 상담센터는 정보가 부족한 채무자들이 무료로 회생과 파산 절차를 상담받을 수 있는 시설이다.

이처럼 개인 채무자들에게 법원 문턱을 낮춘 것은 주요 성과로 꼽힌다. 가정법원과 협력해 상속자들이 파산절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8월부터 2017년 4월까지 15건에 불과했던 ‘상속재산 파산제도’ 이용건수는 가정법원과 연계한 이후 7개월 새 50건으로 늘었다. 이 제도와 관련해 ‘뉴스타트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상속인도 200명에 이른다.

개인회생 절차도 손봤다. 개인회생 업무를 전담하는 판사 6명을 새롭게 뒀다. 개인회생 신청일로부터 4~6개월 걸렸던 개시 결정이 3개월 내외로 단축됐다. 요건 심사를 까다롭게 거친 뒤 개인회생을 개시하던 절차를 ‘선 개시, 후 보정’ 방식으로 바꾼 효과다. 이 밖에 빚 변제기간을 최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개인회생 단축안을 계획보다 다섯 달 앞당겨 시행했고, 신용관리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업무지침을 마련했다.

법무법인 광장 홍석표 변호사는 “회생법원이 ‘채무자 프랜들리’ 제도를 도입하려 노력한 것이 돋보였다”며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크진 않지만 신속하게 개인회생, 기업 구조조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유의미했다”고 평가했다.

기업이 회생의 기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도 다양화됐다. ‘스토킹호스’ 매각 방식 도입이 대표적이다. 예비인수자를 수의계약으로 미리 선정하고, 공개입찰이 무산되면 예비 인수자에게 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법정관리 기업의 매각 속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인서적과 STX건설, 한일건설 등이 스토킹호스 방식을 이용해 신속히 매각됐다.

최근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기업을 매각시키는 데 관여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인수합병(M&A) 안정성을 높이는 데 스토킹호스 방식이 유용해 이해관계자들이 선호하는 편”이라며 “최근 M&A 성공률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전했다.


▶ 전문법원 ‘이름값’…배경에 법관 전문성 향상

전문법원으로 독립한 만큼 회생법원은 1년간 소속 법관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힘썼다. 먼저 외부 인사를 초청해 현장 목소리를 듣는 ‘워킹런치(Working Lunch)’ 행사를 두 달에 1번 열고 있다. 최근에는 고형권 기획재정부 차관을 강연자로 초빙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연구활동도 활성화됐다. 지난해 글로벌 도산분야 대가, 도산 전문 단체들을 초청해 여러 차례 세미나를 열었던 회생법원은 오는 5월에도 외부학회에 합동 세미나를 가질 예정이다. 독립적인 법원 지위를 활용해 중소기업진흥공단,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늘리고 있다.

중앙지법 파산부 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태평양 홍성준 변호사는 “파산부 시절과 비교해보면 소속 법관 수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회생ㆍ파산 업무를 2~3번째 맡는 법관들이 늘었다”며 “기업 구조조정 트랜드가 금융권 중심에서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wat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