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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만가지 표정…인간 진화의 역사는 얼굴의 역사

  • 기사입력 2018-02-2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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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중에서 구조적으로 가장 특이
학자들 “얼굴-두뇌는 같이 진화한다”
얼굴털 사라지며 수많은 소통 가능해져
표현능력 향상이 사회적 결속 더 키워


“인간의 얼굴은 특이하다. 일반적인 포유류의 기준에서 인간의 이목구비는 이례적이고, 전문화되었으며, 어떻게 보면 기이하기까지 하다.”

수많은 동물의 머리와 얼굴 구조를 연구해온 21세기 최고 권위자인 도널드 엔로 박사의 말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인간의 얼굴을 판단기준으로 삼다보니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인간의 얼굴은 가장 특이하다는 얘기다.

“인간과 인간의 포유류 사촌들이 공유하는 얼굴표정은 진화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얼굴표정의 활용, 특히 말을 하면서 짓는 표정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으로 혈통이나 진화계통안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동안 얼굴과 뇌를 연관시키는, 전에 없던 진화적 사건들이 일어났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분류학자들은 동물을 약 서른 개의 주요 집단으로 분류하는데 대다수 종은 얼굴이 없다. 갑각류와 곤충류를 포함하는 절지동물과 인간이 속한 척추동물만 얼굴이 있다. 그 중에서도 인간은 얼굴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감각본부로서의 기능에 더해 의사소통의 도구로서 인간에게 얼굴은 결정적이다.

유전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애덤 윌킨스는 독보적인 저서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나’(을유문화사)에서 5억 년 전 생존했던 작은 무악어류(턱이 없는 어류)인 최초 척추동물부터 유악어류, 포유류, 영장류, 인간으로 이어지는 진화의 역사를 따라가며, 인간의 얼굴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됐는지 그 진화의 과정을 촘촘하게 보여준다.

인간의 진화의 흔적을 얼굴에서 찾는 이유는 그 특이한 형태 뿐만 아니라 두뇌의 진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얼굴과 두뇌는 공진화했다는게 학자들의 견해다. 수 만 가지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만들어 심리상태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상대방의 감정상태를 읽어내는 일은 인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인간들 사이에 사회성이 커져 갈수록 얼굴은 더 진화했고, 진화한 얼굴은 인간이 더 복잡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우리의 얼굴과 같은 특성들은 5500만 년 전에서 5000만 년 전 사이에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중요한 사건을 통해 인간의 얼굴은 수 차례 크게 바뀌는데, 유인원의 얼굴에서 진정한 인간의 얼굴로 바뀐 건 최근 200만년 사이에 발생했다. 이 직전까지 인간의 얼굴은 털로 덮여 있고 주둥이를 이용해 먹이를 붙잡고 이마가 거의 또는 아예 없는데다 눈이 측면에 위치한 표준적인 포유류형 얼굴이었다. 


이런 형태에서 털과 주둥이가 사라지고 이마가 생기고 큰 두뇌와 함께 두 눈의 간격이 좁아지고 전방을 향하는 눈을 가진 얼굴로 바뀐 게 이 즈음이다. 저자는 이런 변화는 생존과 진화에 비교적 우호적인 환경으로 바뀌면서 생겨났다고 본다. 즉 거대한 초식공룡이라는 특정 위협이 사라지면서 더 큰 신체의 크기, 가까운 것을 더 잘 보고 얼굴을 마주 대하는 상황 등에 유리한 눈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얼굴의 구조에 영향을 준 주 요인은 먹이와 영양이지만 영장류의 진화를 이끈 또 다른 압력은 사회성이다. 영장류의 사회적 상호작용은 무리의 생존가능성을 끌어올려서 구성원들에게 간접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가령 얼굴 털이 사라진 건 얼굴표정을 더 쉽게 읽기 위해서다. 표현능력이 사회적 결속에 기여하고 그래서 이런 속성을 가진 사교적인 개체들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선택되고 확산됐다는게 저자의 설명이다.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근육의 발달도 이와 관련이 있다. 얼굴 근육은 포유류 중에서도 가장 사교적인 영장류에서 가장 발달했는데 인간의 얼굴 근육 수는 21개에 달한다. 근육을 통해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내는 얼굴을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은 두뇌의 특정부위와 관련이 있다. 인간들 사이에서 사회성이 커져 갈수록 얼굴은 더 진화하고 이에 따라 두뇌는 더 발달하는 진화의 순환이 이뤄진 것이다.

얼굴의 진화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자신과 타인의 얼굴을 의식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성형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이는 직접적인 진화적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진화적 관점에서 얼굴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세계화다. 점점 더 많은 민족이 섞이면서 미래 인간의 얼굴이 달라지리란 전망이다. 여전히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인종차별, ‘잡종’이란 말이 무색해지게 된다. 현생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과 아시아인에서 발견된 고인류의흔적 등 기원에 관한 최신 연구까지 담아낸 얼굴을 중심으로 5억년 진화의 과정을 그려낸 흥미로운 책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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