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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까지 간 ‘사리원’ 식당 명칭 소송…“특정업체 독점 못해”
-사리원은 북한의 대표적 도시
-현저한 지리적 명칭 상표 등록 안돼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일반에 잘 알려진 북한 지명 ‘사리원’은 특정 업체가 상표로 독점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사리원 사용권을 놓고 벌어진 요식업계 갈등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음식점 ‘사리원’ 운영자 라모 씨가 ‘사리원면옥’ 특허권자 김모 씨를 상대로 낸 상표등록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사리원’ 메뉴판. 특허법원 소송 패소 이후 ‘사리원식’으로 고쳐적었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로 다시 상표를 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상표법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사리원은 조선 시대로부터 유서깊은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를 거쳐 그 후에도 여전히 북한의 대표적인 도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며 “사리원은 등록일인 1996년 당시를 기준으로 일반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진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김 씨가 ‘일반인들이 사리원이라는 지명을 잘 모른다’고 주장하며 내놓은 2016년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이러한 수요자 인식 조사는 상표 등록결정일부터 20년이나 지난 후에 이뤄진 것으로, 그 당시를 기준으로 일반 수요자의 인식이 어떠했는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불고기와 냉면을 파는 ‘사리원’ 운영자 라 씨는 2016년 ‘사리원면옥’ 등록서비스표 권리를 보유한 김 씨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라 씨는 사리원이 예전부터 냉면, 국수 등의 음식이 유명한 지역이어서 그 명칭을 특정인이 독점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허법원은 사리원을 상호로 독점할 수 있다고 보고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특허심판과 특허소송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주 수요자층인 40대가 사리원을 지명으로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6.8%에 그쳤다.

김 씨는 증조할머니가 1951년부터 대전에서 ‘사리원면옥’이라는 상호로 식당을 운영해온 이래 대전 3곳, 서울 1곳의 지점을 냈다. 소송을 제기한 라 씨는 현재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9곳의 ‘사리원’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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