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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파 속 분주한 설맞이] 재래시장 북적…설 ‘반짝 특수’ 있지만…
손님 “한파 탓에 채소값이 금 값”
상인 “싼 물건만 팔려 매출 줄어”
차례상 성수품 지난주보다 올라


“추위 때문에 손님이 뚝 끊겨 설 대목 장사를 망쳤나 싶었는데 설을 며칠 앞두고 손님들이 그나마 늘어 한시름 놓았어. 차례상 올릴 조기 한마리에 7000원, 좀 작은 건 2마리에 만원, 싸게 해줄께 가져가.”

요즘 장사가 어떤지 대답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오는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오후들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11일 인천 남구에 자리잡은 신기남부종합시장에는 차례상 준비 등 설맞이에 나선 인파들로 북적거렸다. 상인들도 모처럼 몰려든 손님들로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11일 인천 남구 신기남부종합시장의 한 정육점 앞에 설 차례상에 올릴 고기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생산가게를 운영하는 최영자(64ㆍ여) 씨는 “다시 추워지기 시작했지만 손님들이 늘어나니 추운 줄도 모르겠다”며 “오늘처럼 장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파 때문인지 설 대목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며 “설을 앞둔 마지막 주말이라 어제, 오늘 손님들이 몰려 대목 분위기 난다”고 했다. 이 정육점은 모처럼 찾아온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는듯 차례상 준비에 들어가는 쇠고기를 비롯해 돼지ㆍ닭고기를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시장을 찾은 주부 이선영(55) 씨는 “집 앞에 대형마트가 있긴 한데 설 차례상을 준비하려면 음식이 한 두가지가 아니니깐 조금이라도 싼 시장에서 장만하려고 나왔다”며 “지난주 다식ㆍ강정을 사러 왔을 때 보다 확실히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러나 이틀 건너 몰아닥치는 한파로 야채 가격이 치솟는 등 설 준비하는 주부들의 장바구니는 가벼웠다. 배추와 무값은 한달 전과 비교해서 30% 정도 올랐으며 차례상에 올라가는 시금치와 고사리, 도라지 가격도 2주새 20% 정도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7일 전국 19개 지역 45개소의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설 차례상 관련 성수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통시장 24만9421원, 대형유통업체 35만4254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각각 0.5%, 4.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설을 닷새 앞둔 11일 서울 중부시장과 인천 신기남부시장에서 설 차례상 관련 성수품 가격 조사를 직접 해보니 각각 27만1040원, 24만9040원으로, 평균 26만40원을 기록했다. 이는 aT가 지난주 조사해 발표한 재래시장 평균가격보다 4.3% 오른 수준이다.

서울 중부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한파 탓에 채소 가격이 계속 오름세”라며 “가격이 오르다보니 손님들도 사는 양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상인들은 설을 앞두고 준비한 물량을 모두 팔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파가 기승을 부린 데다 물가까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신기남부시장에서 수산물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68ㆍ여) 씨는 “설을 앞두고 수산물을 많이 준비했는데 가격이 오르면서 손님들이 싼 물건만 찾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싼값에 팔고 있다”고 했다.

같은 시장 건어물 상인은 “수산물가게는 그나마 손님들이 많이 찾는데 건어물 쪽은 하루에 10명 받기도 힘들다”며 “예전에는 2개씩 사가던 사람들이 지금은 1개만 구입하면서 매출도 뚝 떨어졌다”고 했다.

중부시장에서 20년 넘게 생선을 팔아온 한 상인은 “손님이 반짝 늘었지만 20~30대 젊은사람은 안보인다. 젊은이들은 재래시장보다 대형 마트를 선호하는 것 같다”며 “이렇게 몇해 지나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더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박세환 기자/gr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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