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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사권 조정안’에 검찰도 경찰도 ‘불만 목소리’
법무·검찰개혁委 권고안 발표
檢 “경찰수사권 남용 견제 못해”
警 “실질적으로 검사가 수사 지휘”
법무부 “검토 뒤 입장 발표할 것”


법무부 산하 위원회에서 나온 수사권 조정 권고안에 대해 검찰, 경찰 내부에서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를, 경찰은 검찰의 독점적 영장 청구권을 유지하고 직접 수사 예외를 보장한 부분을 특히 민감하게 보고 있다.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는 8일 ‘검ㆍ경 수사권 조정의 방향과 주요 쟁점에 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위원회의 권고안을 검토한 뒤 수사권 조정에 대한 법무부의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권고안을 존중하여 국민을 위한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196조를 삭제하고,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위해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설정하도록 권고했다. 한편으로는 경찰에게 영장 청구권과 수사를 종결할 권한을 주지 않는 현행 제도는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권고안에 대해 대검찰청은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이날 “경찰의 수사 자율성, 전문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인권 보호와 수사 적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사의 사법 통제도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제도 개혁의 지혜를 모아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정도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수사지휘권 조항 폐지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 한 차장급 검찰 간부는 “검사가 인권 보호를 위해 경찰 수사권 남용을 견제해야 하는데, 송치 전 지휘가 폐지되면 경찰 수사 과정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치전 수사지휘 건수는 2011년 19만 건에서 2015년 7000건으로 급감했는데 그마저도 지휘를 안 받겠다는 것이냐”며 “송치 전 지휘를 못하면 사후 견제만 가능한데, 이건 사후 약방문”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권고안이 실질적이지 않아 오히려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검사의 영장 청구를 경찰이 따라야 하고, 보완 수사 요구를 따라야 한다면 실질적으로 검사가 경찰을 지휘하는 것 아닌가”라며 “선언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경이 상호 협력하라고 하지만, 그러면 경찰이 인지수사한 사건이 검찰 송치돼서 무죄가 날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 등 갈등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권고안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자치경찰제와 수사권 조정을 병행하는 내용이 제외돼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영장 청구권과 수사 종결권 등 독자적인 권한이 넘어오기를 기대했던 경찰은 공식 입장 발표를 삼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실망이 큰 분위기다.

경찰청 고위급 간부는 “검찰이 압수수색ㆍ구속영장을 이용해 경찰에 재수사, 보강수사를 지휘하고 있는데 그걸 유지하겠다는 건 수사 지휘를 계속 한다는 뜻 아니냐.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라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소속 한 총경은 “경찰은 자치경찰, 국가 수사본부 설치, 인권침해 방지안 등 개혁하고자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권고안만 보면 검찰은 전혀 바뀌려고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권고안이 발표된 뒤 여러 차례 대응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고, 개별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지휘 역시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이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게 위원회의 입장이다. 다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로 인해 인권침해 소지가 넓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제한적인 수사지휘 권한은 남겨뒀다. 이번 권고안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 송치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변사사건에 대한 수사 ▷경찰 영장 신청 시 보완수사 ▷검찰에 접수된 고소, 고발, 진정 사건 등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경찰에 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영장 청구권과 수사 종결권 등 경찰이 요구해 온 핵심사항은 이번 권고안에서도 제외됐다. 헌법은 영장 청구 주체를 ‘검사’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은 강제수사에 나서기 위해 검찰을 거쳐야 한다. 경찰은 개별 사건에서 강제수사를 검찰이 막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은 경찰이 영장 청구를 하게 되면 인권침해 소지가 넓어진다고 반박한다. 경찰이 사건을 마칠 수 있게 하는 수사 종결권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현행대로 경찰은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검사가 사건을 종결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강문규ㆍ유은수 기자/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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