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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즐거운 설, 불편한 설]새댁의 첫 명절 “엄마아닌 내가 떡국 끓이는 모습, 어색해요”
-“음식 먹고 실컷 쉬는 날이었는데 이젠 가장 바쁜 날”
-실수라도 할까 전전긍긍…온라인서 고민 글도 등장
-“두려움ㆍ설렘 등 복잡…달라진 명절, 엄마 생각나”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1. ‘결혼하면 이렇게 바뀌는구나….’ 지난해 11월 결혼한 이모(30ㆍ여) 씨는 1월 1일 새해 아침, 너무 자연스럽게 떡국을 끓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서글펐다. 한 번도 떡국을 끓여본 적 없던 이 씨였지만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불현듯 엄마 생각이 났다. 새해 아침 떡국을 끓여주던 엄마의 영향이었다. 그는 “엄마가 늘 떡국을 끓여줘서 새해에는 떡국을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내가 자연스럽게 떡국을 끓이고 있으니 내가 정말 결혼을 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2. 서울 성동구의 결혼 1년차 ‘새댁’ 윤모(30ㆍ여) 씨는 설 연휴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대가족 남편 가족들 앞에서 실수라도 할까봐 잠이 오지 않는다. 결혼 전 참석했던 가족 행사의 숨막히는 분위기를 떠올리면 도망가고 싶다. 이 씨는 “설은 그저 집에서 가족들과 노는 날이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1년 중 가장 긴장되는 날이 됐다”며 “신경 써야 할 게 산더미”이라고 토로했다. 

결혼 후 첫 명절을 맞는 새댁의 마음은 두려움과 설렘, 그리움 등으로 복잡하다. 사진 기사내용과 무관 [헤럴드경제DB]

결혼 후 첫 명절을 맞는 새댁의 마음은 두려움과 설렘, 그리움 등 복잡하다. 긴장도 되고 기혼자 선배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시월드’가 실제로 있는 걸까 걱정도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9월 결혼한 경기도 고양시의 유지혜(29ㆍ여) 씨는 지난 토요일 남편과 함께 백화점에서 시댁과 친정 식구들을 위한 선물을 골랐다. 쉽지 않았다. 시부모님, 형님, 조카들 선물까지 사니 하루가 훌쩍 지났다. 유 씨는 “친정 부모님 선물을 10분 만에 골랐는데 시부모님 선물 고르는 게 정말 어려웠다. 남편에게 부모님 취향을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괜히 잘못샀다가 밉보일까 겁난다”고 했다.

설 음식 준비를 하는 부부도 있었다. 경기도 분당의 김세진(32ㆍ여) 씨는 시골에 손수 만든 전을 가져갈 계획이다. 부산에 계시는 시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 떠올린 아이디어였다. 어머니 옆에서 전을 뒤집는 게 다였던 그는 인터넷을 보고 전 만드는 방법을 연습했다. 김 씨는 “남편이 잘 도와줘서 고마웠다. 하지만 명절이 되니 돌아가신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다. 엄마 딸로 보냈던 명절이 그립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설을 앞두고 ‘시댁 명절 선물 뭐가 좋을까요’, ‘큰집에 갈 때 한복을 입어야 할까요’, ‘세뱃돈은 얼마나 줘야 할까요’ 등 다양한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인생선배들(?)은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다’ 다독인다. 한 네티즌은 “당시를 떠올리면 긴장했는지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하지만 지나고 나니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트 한다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준비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첫 명절의 긴장감을 ‘데이트’로 승화시키는 부부들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의 안모(31ㆍ여) 씨는 지난 주말 대형 쇼핑몰에 가 하루 종일 설 준비 테마 데이트를 즐겼다. 카페에서 남편과 서로의 가족, 친척들 취향과 성격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함께 세배하는 방법ㆍ친척 호칭 정리 등을 찾아본 뒤 쇼핑몰에 가서 선물을 샀다. 집에 와서는 비공개 SNS에 사진 함께 소감을 올리기도 했다. 이 씨는 “막연히 명절이 낯설고 두려웠지만 부부가 같은 감정을 공유하다 보니 오히려 사이가 돈독해졌다”며 “이제 정말 부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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