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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이 두렵다…연인간 헤어짐도 ‘안전이별’
사람많은 낮·CCTV 있는곳서 이별
문자메시지·전화 결별통보도 선호


‘이별 범죄’가 늘어가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안전이별’이란 단어가 이슈가 떠오른다. 안전이별은 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이별방법이다. 사람 많은 낮 시간대,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곳에서의 이별, 혹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나 전화를 통한 결별 통보도 이별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미투(Metoo)’ 운동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남성중심적인 한국사회의 또 다른 한 가지 단면이기도 하다.

5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 위치한 A대학교 페이스북에는 ‘남자친구와 안전이별을 하려고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6개월 여간 교제했다는 한 여성은 ‘남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문자로 이별을 통보할 예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별에 따른 폭력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데이트 과정에 폭력이 빈번한 것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가 2030 미혼여성 1500명을 대상으로 ‘한국 데이트폭력 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를 실시한 결과,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1316명 중 52%인 638명은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중 67.9%는 ‘스토킹ㆍ유사 스토킹’, 16.8%는 ‘신체적 폭력’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에는 혼자사는 전 여자친구의 집에 들어가 ‘이별을 물러줄 것’을 요구하며 자신의 배에 3차례 자상을 입힌 남성 B(26) 씨가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연애관계를 마치 소유와 지배로 파악하는 그릇된 피고인의 인식에 습관적인 폭력이 결합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허민숙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다치지 않고,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라며 “가해사실이 분명하면 법치국가에서 제대로된 처벌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보면 한국 사회에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데이트 폭력을 당하지 않은 여성이라도, 이같은 사회분위기 속에서는 이별이 두려워질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아직 사회적 인식은 엇갈린다. A 대학 사례에서도 상당수 남성들은 ‘문자를 통한 이별 통보’에 “너무 심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남겼다. 직접 만남이 아닌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별을 통보하는 일부 안전이별 사례에 대해서는 ‘예의가 아니다’는 의견도 상당수 존재한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남성들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 가지 안전이별 사례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단, 여성이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안전이별 등 문제에 대해) 개인 남성 입장에서는 나는 그런사람이 아닌데,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모두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냐며 불쾌할 수 있다”면서도 “(여성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피해망상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상당수 법원 판례로 봤을 때 실제 현실에서 겪고 있는 문제임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성우 기자/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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