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인가구 리포트①]“결혼 꼭 할 필요 있나요?”…쿨한(?) 나홀로족 절반 넘는다
-1인가구 53% “결혼 해도 좋고 안해도 좋다” 인식
-“결혼 필수” 38% 그쳐…男, 女보다 동의 높아
-“배우자 살아보고 결정”…75% “동거 긍정적”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서울시 모 구청에서 근무하는 6년차 공무원 박모(37ㆍ여) 씨는 ‘혼족’이다. 본가도 서울이지만 출퇴근도 불편하고 혼자 살아보고 싶어서 4년전 구청에서 멀지 않은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나 혼자서도 재미있게 산다”는 박씨는 여러 차례 연애를 해봤지만 아직 결혼하고 싶은 상대는 만나지 못했다. 박씨는 “좋은 남자를 만나면 가정을 꾸리고는 싶기는 하지만 떠밀리듯 하고 싶지는 않다. 가끔 결혼보다 이대로 혼자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고 했다. 미혼인 동료들과 저녁에 와인을 즐기고 영화를 보고, 휴가 때에는 그들과 어울려 해외여행도 함께 가는 등 그리 외롭지는 않다.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된 친구나 동료들이 가정에 얽매인 모습을 보면 혼자인 게 편하다는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 사회에 만혼ㆍ비혼 트렌드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독립을 외치며 홀로 생활하는 1인가구는 결혼에 대해 매우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 굳이 결혼을 결사반대하는건 아니지만 조급하지도 않다. 1인가구 절반 이상은 ‘결혼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1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5~44세 1인가구 남녀 2000명(남성 1256명, 여성 7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인가구 증가에 따른 가족정책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53.3%는 결혼에 대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답했다. 6.2%는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응답자 38.4%만이 ‘결혼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1인가구는 일반가구와 비교해 결혼에 대한 더 유연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일반가구를 대상으로 한 통계청의 ‘2016년 사회조사’에서는 결혼에 대한 태도에 대해 ‘해야한다’(51.9%),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42.9%), ‘하지 말아야 한다’(3.1%)로 나타났다. 


결혼할 계획이 없는 이유는 성별로 차이를 보였다.

남성의 경우 ‘수입이 적어서’(23.8%), ‘결혼비용에 대한 부담’(6.4%), ‘실업상태거나 고용이 불안해서’ 등 경제적인 이유가 컸다. 반면 여성은 ‘비혼주의’(45.5%), ‘배우자나 아이에게 구속되기 싫어서’(10.6%), ‘결혼제도가 남성 중심이기 때문에’(8.9%) 등 결혼 제도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자녀에 대해서도 38.5%는 ‘없어도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자녀가 있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44.1%였지만 ‘꼭 있어야 한다’(13.7%)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혼에도 유연적이다. 응답자 47.9%는 ‘경우에 따라 이혼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23.2%는 ‘이유가 있으면 이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이혼을 해서는 안된다’는 26.8%에 그쳤다.

이들은 ‘제대로 된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 동거로 시작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인식한다.

1인가구 4명 중 3명(74.9%)이 동거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동거에 대해 ‘가끔 고려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65.9%, ‘심각하게 고려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9.0%로 나타났다. 이들이 동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 이유로 절반(49.4%)은 ‘결혼전 살아보면서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를 꼽았다.

집과 안정적인 직장을 마련한 뒤 결혼을 생각한다거나 결혼의 부담 때문에 간소한 방식을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동거가 거론된다. 더 현실적으로 결혼 전에 동거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심층조사에 참여한 한 여성은 “결혼 전에 꼭 동거를 해보고 싶다”며 “동거를 하면서 배우자 될 사람이 실제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결정해야한다. 살아봐야 안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1인가구는 가족 내 전통적인 성역할 대해 명확한 거부의사와 저항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결혼이나 파트너십 관계에 있어서는 새로운 가족문화와 관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스웨덴이나 덴마크처럼 동거 등 가족 유형의 변화와 비제도화 경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mkk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