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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터차 주한美대사 내정 철회 미스터리…아그레망 한달전 나왔는데, 왜?
-WP “빅터 차, 한반도 정책 이견으로 주한대사 낙마”
-트럼프 행정부, ‘北 선제공격’ 예고편?
-한국 내 활동 등 이해상충도 낙마 배경 지목
-외교부, 당혹감 감추지 못해…당국자 모두 긴급회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미국 백악관이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돼 임명동의(아그레망) 절차까지 끝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를 낙마시키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차 석좌가 더 이상 주한미국 대사 내정자가 아님을 확인했다.

문제는 차 내정자의 낙마 배경에 있다. 워싱턴포스트(WP)과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차 내정자가 지난달 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개인적인 이견을 표명한 뒤 더는 지명될 것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차 내정자의 낙마 이유가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이견에 있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북한에 제한적 타격을 가하는 이른바 ‘코피 전략’(bloody nose)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방침에 입장을 정했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강경기조로 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진=연합뉴스]

백악관 소식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차 석좌가 트럼프 정부의 FTA 폐기 방침과 ‘코피 전략’에 반대했다가 백악관 내부 분위기가 나빠진 건 사실”이라며 “이후 백악관에서 그를 배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차 내정자의 블로그 글과 논문 등 한반도 관련 입장에 대한 자료를 조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문제와 관련해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선제공격’을 시사하다가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조건없는 대화’를 제시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널을 뛰었다. 차 내정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반대한 것이 배제의 원인이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트위터나 막말을 통해 보였던 대북강경입장을 공식적인 인사행위로 천명한 것이 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차 내정자의 이견이 원인이 된 것은 아니지만 연관성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차 내정자가 평소 한국학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 한미 1.5 트랙(반관반민) 활동을 하면서 한국 씽크탱크 등으로부터 일정 강연료를 받아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우려가 제기됐다는 점도 공식지명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내정자의 낙마에 한국 정부도 혼란에 빠진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이날 회의를 열고 입장을 정리하는 데 동분서주했다. 헤럴드경제는 외교부의 공식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앞서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주한 미국 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느 자리든 최종적으로 임명을 결정하는 것은 백악관에 달렸다”면서 “백악관과 (국무부) 장관은 적임자들이 각 직책에 결정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오랜 경험이 있고 국무부에서도 신뢰받고 있는 마크 내퍼 대사 대리가 주한 미국 대사관을 잘 관리하고 있다. 그는 북한도 여러번 다녀왔고 한국어도 꽤 잘한다”며 “내퍼가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주한 미국 대사관의 상황은 잘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사의 아그레망 절차는 기밀정보 취급 허가, 백악관 승인을 얻은 뒤 진행되며, 주재국의 승인도 일종의 요식행위처럼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아그레망을 받은 미 대사는 미국 정부의 공식 지명, 상원의 인준 절차를 거쳐 공식 부임하게 된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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