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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사 성추행 수사’ 국민청원 급증…“검사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니…”
-청와대 관련 청원 100건 넘어 ‘공분’
-“성범죄 피해자 ‘문제있는 사람’ 낙인”
-“피해자 향한 왜곡된 시선 바뀌어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현직 검사가 검찰 고위 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가운데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급증하고 있다. 법치를 책임지는 검찰 내부에서조차 성범죄가 만연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삼고 발전적인 방향에 대해 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31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서지현 검사 성추행범을 처벌해주세요’, ‘검찰조직 성폭행, 성추행 은폐 사건 조사가 절실하다’ 등 검찰 성범죄 수사를 요구하는 주제의 청원이 100건이 넘게 올라왔다. 


앞서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는 지난 26일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지난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모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글을 올렸다. 이후 한 뉴스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검찰이 내부 성폭행 사건을 비밀리에 덮었고, 자신은 안모 전 법무부 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했지만 사과 대신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서 검사의 용기 있는 결단에 시민들은 국민 청원에 글을 올리면서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해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 처벌만으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추행, 성희롱 등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번 사건을 성 관련 범죄를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왜곡된 사회적 인식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서 검사 주변에서도 성추행 사실을 알려봤자 소용이 없고 오히려 피해볼 것이라고 말렸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문제적 인물로 낙인 찍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검사의 폭로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계기가 되려면, 그가 왜 성추행을 겪고도 왜 문제제기를 제대로 하지 못 했는지를 면밀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재련 변호사(전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는 “검사는 법을 잘 아는 전문가지만 법에 도움을 호소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대다수의 조직이 잘못됐다는 것”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성범죄가 사실이 알려졌을 때 사람들이 피해자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성폭력 피해사실에 대해서 보호 조치를 제대로 취했는지, 문제를 제기했을 때 조직은 얼마나 적극적으로 진상 파악을 위해서 노력했는지 등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범죄 피해자가 침묵할 수 없는 주된 이유로는 성범죄를 바라보는 왜곡된 사회적 인식때문이라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성범죄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왜 지금 와서?’, ‘피해자도 문제’ 등 의심을 갖고 쳐다본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그는 조언한다. 그는 “아이까지 있는 엄마가 성추행 피해자라고 전 국민에게 얼굴을 보이고 말해야만 나라가 움직이는 것도 문제”라며 “지금의 공분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집요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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