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공공기관 채용비리 후폭풍①]“피해자 구제하겠다”…정작 피해자들은 “비리기관 못믿어”
-정부 ‘다시 전형 볼 수 있게’ 구제안 언급
-피해자들 “선심성 정책 뻔해” 싸늘
-일부는 “비리 기관 어떻게 믿나” 불신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그동안 저한테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채용비리가 밝혀진 건 오래 전인데, 한마디 말도 없다 다시 시험을 보라면 정말 해결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공공기관과 단체 현직 사장과 임직원 중 채용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274명에 대해 해임 등 퇴출을 결정했다. 그와 함께 채용비리에 희생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안도 처음으로 언급됐지만, 정작 채용비리로 고통받아온 피해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29일 채용비리가 확인된 공공기관 8곳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고 공공기관 현직 임직원 189명과 공직 유관단체 현직 임직원 77명 등 266명에 대해 즉시 업무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서는 처음으로 ‘원칙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추진한다’는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사안별로 피해자가 특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기관의 판단에 따라 피해자의 입사 전형을 면제하는 등의 구제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채용비리로 고통받아왔던 피해자들에게 정부 발표는 아직 미흡하다. 지난 2016년도 금감원 채용비리로 합격까지 내정된 상황에서 부당하게 탈락 처리된 피해자 정모(32) 씨는 서울남부지법에 금감원을 상대로 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송달이 완료돼 금감원의 답변만 기다리는 상황에서 정 씨는 “채용비리가 밝혀지고 임원들이 구속되는 동안에도 금감원에서 연락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며 “이번 답변이 금감원으로부터 받는 첫 답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씨는 “지금 다시 채용을 한다 하더라도 그동안 생업과 소송 등으로 잃어버린 시간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며 “정말 피해자들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정 씨 외에도 금감원 채용비리 피해자들은 현재 다른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일부는 다른 금융기관 등에서 이미 일을 하고 있어 오히려 금감원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이들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조차 제기하기 어려운데, 비리 기관이 자체적으로 결정해 제시하는 보상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로 피해를 본 A(30) 씨도 비슷한 경우다. A 씨는 강원랜드 채용에서 탈락하고 다른 기업에 입사해 일하던 도중 자신이 채용비리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A 씨는 소송에는 참여해도 강원랜드에 다시 지원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채용비리 이후 생업을 위해 다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전형을 면제해주는 식의 선심성 정책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며 “정확한 피해자 구제책을 기다리겠지만,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신이 채용비리로 부당하게 탈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선뜻 해당 기관에 다시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채용비리 피해자 법률대리인은 “채용비리가 벌어진 지 시간이 한참 지난 경우가 많은데다 현재 피해자들이 다른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가 절대다수”라며 “만약 다시 입사한다 하더라도 직장 내 시선 등 보복을 견딜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어 정부의 대책을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