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법조 이 사람]“법이 싫다”는 부장검사의 ‘사람 냄새’ 나는 분투기
-‘검사내전’ 출간 화제 김웅 인천지검 부장검사
-“사람이 만든 법에서 사람 맛 안 나면 되나”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편집자가 자기는 ‘병맛’이 좋다고, 좀 더 써서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김웅(48·사법연수원 29기) 인천지검 공안부장이 ‘검사내전(부키)’를 쓰게 된 계기다. 출판사 요청으로 직업 소개를 쓰다, 맛깔나는 글 솜씨를 알아본 편집자가 책을 써보자고 곱창으로 꼬시자 계약서에 덜컥 사인부터 해버렸다.

검사같지 않은 검사가, 검사가 쓴 것 같지 않은 책을 썼다. 김 부장검사는 스스로 묘사하는 것처럼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 한 외모의 소유자다. 허허실실 웃는 인상처럼 그의 책은 유머로 가득하다. 초임 검사 시절 ‘당청 꼴찌’로 불리며 선배로부터 구박받은 얘기, 차장검사의 대대적 회식 호출을 거절한 일로 혼이 나자 “내가 술을 마셔도 차장님이 나와주시냐”고 대꾸한 경악스러운 에피소드에 실소가 나온다.

24일 서울 서초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웅 인천지검 공안부장은 “책을 내고 후회도 했다”면서도 “그래도 후배들이 좋아하고 자기들이 하고 싶었던 얘기라고 하면 힘이 난다”고 했다. [사진=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위트로 포장했지만 펜을 꺼내든 이유가 있다. 김 부장검사는 “검사로서 사욕이 끼고 잘못된 행동을 하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사람들이 다 기억하고 판단한다. 그런 얘기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가 ‘사이코’를 자처하며 거론한 선배들은 굳이 자기 고향으로 야유회를 가는 검사장이나, 아닌 밤중에 검사의 자존심이 달렸다며 후배들 소집령을 내리는 차장검사 같은 부류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그는 ‘어쩌다’ 사법시험에 도전했고, 사시 성적이 좋아 검사가 됐다. 부장검사가 됐지만 “저는 법이라는 걸 싫어한다”고 천연덕스레 말한다. 어떤 대목에선 ‘검사가 이래도 되나’ 싶다. 도박죄로 구속됐다 출소한 직후 도박장 ‘박카스’ 역할을 하다 잡혀온 여성에 대해, 딸이 찾아와 용서했다는 이유로 도박개장죄보다 낮은 도박방조죄를 적용했다. 김 부장검사는 “도박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게 딸인데, 딸이 합의를 한 것 아닌가”라며 “사람이 법을 만들었는데 사람 맛이 전혀 안 나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초임 때부터 ‘또라이’로 찍힌 김 부장검사는 폭탄주와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검찰 문화에 질려 종종 사직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18년을 버틴 건 역설적으로 끈끈한 검찰 조직 덕분이다. 그는 “윗사람한테 들이받으면 선배들이 ‘너 기개 있다’고 칭찬하는 분위기다. 쟤한테 기회를 줘보자는 것도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만두고 싶어질 때쯤 해외 연수를 보내주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질 때쯤 일이 많은 부부장검사가 돼 “양심상 못 나갔다”는 말도 덧붙였다.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요즘, 그는 검찰을 “집에서 밀어주고 희생해서 키웠는데 망나니가 된 자식”으로 빗대며 “사람들이 실망하고 분노하면서도, 고쳐서 쓸 생각을 해야지 내버려 두면 손해라고 생각해서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수사권 조정 외에도 수사기관의 권한 축소, 검경과 정치권의 신뢰 회복, 검찰 인사권 독립에 대해서도 전부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김 부장검사는 책이 화제가 돼서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자 “검사가 언론에 노출되면 안 좋다. 공명심에 빠져서 모양을 생각하며 수사를 하면 백정이 돼버린다”고 걱정했다. 자기도 모르게 아침마다 기사를 확인하게 된다며 도리질을 쳤다. 소싯적 문청으로서 차기작 욕심이 날법도 한데 “아내가 반대한다”며 사양했다. “나를 표현한 말은 아니다”라고 겸연쩍어 했지만, 부제의 ‘생활형 검사’가 이미 그에게 꼭 맞는 옷처럼 보였다.

▶김웅 검사는 △사법연수원 29기 △광주지검 해남지청장 △법무부 법무연수원 대외연수과장 △現 인천지검 공안부장

ye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