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헌혈하면 氣가 빠진다고?3040 편견이 ‘피를 말린다’
저출산·고령화로 헌혈자 급감

주부 김모(55) 씨는 얼마 전 헌혈을 하러 가겠다는 고등학생 아들을 말렸다. 좋은 취지로 하는 것은 알지만 행여나 아들 건강에 문제라도 생길까 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남을 돕는 일은 좋지만 주사 바늘의 위생 등 여러 문제가 걱정됐다”며 “예전에 수혈을 받다 B형 간염이나 에이즈 등에 걸렸다는 뉴스를 본 이후로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혈에 대한 여러 편견이 여전한 가운데 헌혈자의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30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09만여 명이었던 헌혈자 수는 지난해 292만여 명으로 줄었다. 지난 2015년 이후 헌혈자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헌혈자 대부분이 1020세대인 젊은층에 치중되어 있는 점도 또 다른 문제다. 지난해 총 헌혈자 293만여 가운데 만 16~19세가 91만 명(31%), 만 20~29세가 116만여 명(39.8%)으로 1020 젊은층이 전체의 약 71%를 차지했다. 헌혈자 10명 중 7명이 10대와 20대인 셈이다.

헌혈자 가운데 만 30~39세는 41만여 명으로 14%에 그쳤고 만 40~49세는 30만여 명으로 10.2%에 불과했다.

직업별로는 학생이 140만여 명(47.4%)으로 가장 많았고 회사원이 63만6000여 명(21.7%)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군인은 46만여 명(15.7%)으로 세 번째로 많았고 공무원은 8만여 명으로 전체의 2.8%였다.

이 같이 젊은층에 헌혈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배경에는 헌혈에 대한 오래된 편견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젊은층의 경우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헌혈에 대한 교육과 봉사활동을 통해 올바른 인식이 심어진 반면 중장년층은 헌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수혈 도중 B형 간염이나 에이즈가 감염된 사건이 발생한 이후 헌혈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헌혈의집 관계자는 “중장년층의 경우 ‘피를 뽑으면 기가 빠진다’는 등 그릇된 편견을 가진 경우가 많은 탓에 헌혈자가 많지 않다”며 “헌혈 시 모두 일회용만 쓰기 때문에 헌혈로 감염되는 일은 없고, 2004년 이후 도입한 선진국형 혈액검사 시스템을 통해 혈액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헌혈이 가능한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총 1204만 명에 달했던 16세 이상 10대와 20대의 인구는 지난 2015년 998만 명으로 감소했다. 오는 2050년에는 620만여 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65세 이상의 인구는 2015년 654만 명에서 2050년 1881만 명으로 3배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100만 명을 넘었던 만 16~19세 헌혈자는 매년 급감하면서 지난해 91만여 명으로 줄었고 130만 명을 훌쩍 넘었던 20대 헌혈자도 같은 기간 110만 명대로 감소했다.

일각에선 혈액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선 젊은층에 치우쳐져 있는 헌혈 인구를 다양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헌혈의집 관계자는 “의료 기술 발달로 인간 수명이 늘어난 동시에 수혈을 받아야 하는 상황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며 “수혈의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젊은층 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rene@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