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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 세종병원 화재] 유독가스, 10~15초만 노출돼도 기절
[헤럴드경제=이슈섹션]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사고 때 불 자체보다 연기나 유독가스가 더 무서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직 정확한 화재원인이나 사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밀양 현장의 소방당국은 화상에 의한 사망자는 없다고 밝혀 사망자 32명 중 상당수가 연기 등으로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마에 희생되는 사람보다 연기나 유독가스를 마신 사망자가 더 많은 경우가 잦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연합뉴스]

최희천 한국열린사이버대 재난소방학과 교수는 ”아직 정확한 사망 원인이 안 나왔지만,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다는 보도가 있는 만큼 연기·가스에 의한 사망이 의심된다“며 ”화재 발생 시 가연성 물질이 타면서 유독가스가 발생하는데 심하면 10∼15초만 노출돼도 사람이 정신을 잃는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환자나 노약자들은 같은 충격을 받더라도 일반인보다 충격이 더 커 자력대피가 어려울 수 있다“며 ”지상과 가까운 1∼2층이라 하더라도 일단 연기를 마시면 순식간에 정신을 잃기 때문에 탈출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등록된 화재 시사망 원인 통계를 보면 전체의 60% 이상이 연기에 의한 질식사“라며 ”특히 불이 나면 일산화탄소가 많이 나오는데 일산화탄소가 호흡기에 들어가면 몸에 마비가 와서 쓰러진다“고 설명했다.

원래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해 온몸에 산소를 공급해야 하는데, 일산화탄소가 산소보다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속도가 더 빨라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산소와 결합해야 할 헤모글로빈이 산소 대신 이산화탄소와 결합하면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우리가 사우나에 가면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게 되는 것처럼 불이 나서 온도가 높아질 때도 호흡이 깊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렇게 코와 입 등 호흡기를 막지 않고 두세 번 깊게 호흡하면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가 몸속에 들어와 쓰러지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불이 났을 때 불과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방화구획을 만들어 그리로 대피하도록 하는 것이 희생자를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병원 화재의 경우 1층에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았는데도 1층 응급실은 물론 2층 병실에서도 사망자가 많았고, 5층 병실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연기가 수평 방향으로는 1초에 1∼2m 정도 가지만 수직 방향으로는 1초에 3∼5m까지 퍼진다“며 ”불이 난 지점에 문만 닫았다면 연소확대가 덜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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