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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ㆍ2030 통일①]“불공정하죠”…2030,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분노하는 이유는
[헤럴드경제 TAPAS=김상수 구민정 기자] # ‘통일을 꿈꾸는 나무’에서 ‘통장을 키우는 나무’로

‘통나무’는 서울 모 대학 내 20년 이상 유지된 통일 관련 학회였다. 과거 남북한 근현대사와 통일 비용 등을 두고 토론하던 이 학회는 최근 학회명을 바꿨다. 통나무란 약칭은 같지만, ‘통일을 꿈꾸는’ 나무 대신 ‘통장을 키우는’ 나무다. 학회가 다루는 주제 역시 통일이 아닌 주식투자로 바뀌었다.

이뿐 아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명맥을 이어왔던 대학 내 각종 학회ㆍ모임에서 ‘통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그나마 활발한 건 탈북민과의 교류를 다루는 모임 정도. 대학생 양모(22) 씨는 반문했다. “통일이요? 친구들하고 얘기를 안해봐서요. 다른 사람들 생각은 모르겠어요. 저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네요. 막, 굳이 해야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동아리를 하더라도 통일을 이름에 걸면 일단 신입생 모집부터 힘들다.” 2018년 대학가 풍경이다. 

우리나라와 단일팀을 구성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25일 오후 충청북도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 빙상훈련장에 도착, 환영식에서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 선수들이 꽃다발을 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화’ 대신 ‘포격’
10여년 째 한양대에서 북한정치학을 강의하는 남근우 교수는 최근 학생 과제물에서 큰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예전 강의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북한 관련 과제물엔 ‘6ㆍ15 남북공동선언’, ’10ㆍ4 남북공동선언’ 등이 주로 언급됐다. 북한을 한 민족으로 인식, ‘대화’의 상대로 봤다는 의미다. 최근 과제물에는 이들 대신 ‘연평도 포격 사건’, ‘천안함 사건’ 등이 주로 언급된다고 한다. 자연스레 과제물의 주제 역시 대화보단 대결에 방점이 있다. 남 교수는 “이제 젊은 층이 북한을 위협적인 상대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남북은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개최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위한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여자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하는 등의 11개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사진은 지난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분노하는 이유
불공정을 향한 반발만으론 2030의 분노를 온전히 해석하기 어렵다. 같은 이유라면, 각종 특례 입학 등 분노할 법한 사례는 많다. 심지어 이들은 불과 두 달 전, 포항지역 수험생을 위해 ‘수능 연기’란 유례없는 희생까지 기꺼이 수용했었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현 정부가 주춤할 정도로, 유독 남북 단일팀만은 냉혹하다. 


청와대는 “2030세대의 생각이 많이 다르다”며 불공정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오히려 더 중요한 오판은 2030 대북관의 변화에 있다. 촛불혁명을 세대 정서로 체화한 이들은 내 국민을 위해선 수능 연기까지도 기꺼이 수용한다. 내 국민의 공정과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말이다.

“북한은 내 국민이 아니잖아요. 북한을 위해 우리 국민을 희생시키는 건, 불공정하죠(양모 씨).”

오히려 북한은 내 국민(여자하키 대표팀)의 권리를 침해하는 대상이다. 북한 선수로 인해 내 국민의 피땀이 희생되는 걸 용납할 수 없다. “남북 단일팀에 감동할 것”이란 말은 ‘현정화ㆍ이분희’ 세대에서나 유효한 감성이다.

/dlcw@heraldcorp.com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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