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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은 유일한 희망”…환희ㆍ좌절 극단 오가는 2030
-“대박 꿈 안꿔…인생 반등 기대, 조금 비싼 복권”
-“미래 안 보여…상대적 박탈감ㆍ우울함만 커져”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 ‘○○기업 ○○○이 비트코인으로 30억 벌고 퇴사했다고 함. 상부와 갈등을 빚다 직장 못 다니겠다며 “이 회사 안 다녀도 잘 먹고 산다”며 사표 던짐’. 직장인 정모(30) 씨는 카카오톡으로 받은 메시지를 보고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직장인 평균 연봉을 상회하는 비교적 안정적 직장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꿈꿔왔던 사회인의 모습이 아닌 직장의 소모품으로 전락한 지금 삶에 만족하지 못하던 터였다. ‘회사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꿈만 꿨던 창업 아이템에 도전하는 삶은 어떤걸까’. 정 씨는 부쩍 사표 생각이 많아진다.

비트코인 광풍이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의 마음만 흔들어 놓은 것은 아니었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경제적 어려움 없이 생활하는 2030 사회초년생들 역시 곳곳에서 들리는 비트코인 대박 소식에 술렁이고 있다. 비트코인 투자 유무와 상관없이 ‘회사 밖 삶의 가능성’에 대해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는 고백이 이어진다. 중산층 상승의 길은 물론 내집마련조차 요원한 이들 2030 사회초년생에게 비트코인은 어떤 의미일까. 비트코인 투자 유무를 막론하고 이들은 광풍 속에서 심리적으로 가장 ‘동요’하는 집단이었다.

일부 직장인들은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비트코인 가치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비트코인은 여전히 희망‘이라고 말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희망이라 말하는 2030세대는 단지 일확천금을 벌 기회라는 이유만으로 기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비트코인 광풍 이후 뒤늦게 소액 투자했다는 대기업 2년차 사원 김모(29) 씨는 “큰돈을 투자하진 않았다. 잘 되더라도 억대 돈은 못 만질 것이고, 안 되더라도 경제적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조금 비싼 복권을 산 셈치려고 한다. 복권 한 장을 사면 비록 헛될지언정 일주일을 희망 품고 살 수 있지 않냐. 인생이 반등할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열려 있는 것과 권태로운 삶이 그대로 계속 되는 건 다르다. 기대도 하고 실망도 하는 게 사람 사는 인생 아니냐. 요즘엔 그런 사는 맛이 나더라”고 했다.

반면 주변에서 큰돈을 벌거나 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박탈감과 우울함을 겪으며 동요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누가 얼마를 벌었고 어떻게 퇴사했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카톡방을 통해 전해지면서 진작 투자하지 못했다며 자책하는 경우다.

강소기업에 재직 중인 이모(28) 씨는 “주변에서 얼마를 벌었다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우울해진다. 시간을 되돌려서 진작에 비트코인에 투자해 한몫 챙기는 상상도 한다”고 말한다. 이 씨는 “희망이 없는 건 모든 세대가 마찬가지 아니냐. 취업문도 뚫었고 당장 경제적 어려움도 없지만 내일을 생각하면 ‘글쎄’ 싶다”며 “노후도 걱정되고 직장의 부품으로 수십년 살 자신도 없으니 눈이 돌아가지 않겠냐. 카톡방마다 다들 비트코인 얘기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한편 비트코인을 향한 2030의 열광적인 반응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평가에도 반영됐다. 한국의 비트코인 열풍이 해외에서 ‘그라운드 제로(핵 폭탄 투하지점)’으로까지 비유될 정도로 심각해지자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선 모양새지만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젊은 층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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