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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파 속 사람들①]전단지 알바, 장갑 2개 겹쳐끼고 핫팩까지…영하 17도 뚫고 ‘구슬땀’
-한달 60만원…추운 날씨에도 일자리 지켜
-배송기사ㆍ공사장 인부 등 마스크 필수
-“하루 쉬면 돈벌이 안돼…춥지만 참고 일해요”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추운 날씨에도 정선임(61ㆍ가명) 씨의 오른손은 쉴 새가 없다.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더 많이 전달하는 게 그의 업무다. 24일 오전은 영하 17도의 추운 날씨 탓에 장갑을 두 개나 꼈다. 그럼에도 손이 시려워서 사람이 없을 때면 꾸준히 손운동을 해줬다고 했다.

여의도ㆍ영등포 부근에서 오전 출근길 전단지 알바를 하는 강 씨는 오후에는 식당에서 일을 한다. 정 씨가 전단지를 하면서 받는 시급은 1만원, 하루 3~4만원 정도를 번다고 했다. 가끔 허리가 아파 하루 이틀 쉬는 날이 있지만 매달 60만원의 돈이 들어온다. 정 씨가 추운 날씨에도 일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운동삼아 조금만 부지런 떨면 월세랑 공과금을 번다”면서 해맑게 웃었다.

영하 17도의 궃은 날씨에도 서민 노동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했다. 강남역 출구에 늘어선 전단지 알바생들.
서울의 역 개찰구에 서 있는 한 잡지 판매직원.

지난 24일, 전국을 뒤덮은 ‘역대급’ 한파에도 많은 서민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일했다. 업무 특성상 밖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전단지 알바생, 편의점 업체 상품 배송기사, 공사장 인부들까지. 이날 만난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도 부지런히 뛰었다.

‘전단지 성소’ 강남역 인근에서는 지하철 역 출입구 앞에서 전단지 알바생들을 볼 수 있었다. 추운 날씨 탓에 알바생들은 반쯤 강남역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출입구마다 계단을 열다섯 발자국쯤 올라간 자리에선 한 두 명씩 전단지 알바생들이 보였다. 저마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알바생 A씨는 주머니에 있던 핫팩을 꺼내 볼에 갖다 대기도 했다. A씨의 입김이 거듭 뿌옇게 올라왔다. A씨는 지하철역 안에서는 일을 할 수 없냐고 묻는 질문에 “지하철 역무원과 상가 상인들이 좋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편의점 배송기사 김모(40) 씨는 추운 날씨에도 박스를 부지런히 날랐다. 김 씨는 “이런 날씨에는 차 안에서 운전할 때가 가장 좋다”면서 “매장에 도착해서 물건을 나를 때가 되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래도 가장으로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한 공사현장 작업 인부들이 추운 날씨 속에서도 작업현장으로 진입하는 모습. [제공=독자제공]

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이모(28) 씨는 “사타구니가 얼어붙을 것처럼 너무 춥다”고 이야기했다. 23일 강추위 탓에 일을 하루 쉬고 오랜만에 집에 들어갔던 이 씨는 추운 날씨에도 가게 문을 닫지 않고 일하시는 자영업자 아버지를 보니 쉴 수 없어 공사현장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추운 날은 쉬는 시간을 여유롭게 편성해 주니까, 그래도 참고 일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오전께 허전한 여의도역’. 직장인 이현수(30) 씨는 “평소 같으면 많은 전단지 아주머니들이 계셔야 할 자리에 한 분밖에 서계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추운 날씨 탓에 일터에 빈자리가 생긴 경우도 종종 보였다. 이날 오전 9시께 여의도역의 경우 전단지 알바생이 단 한명밖에 없었다. 평소 같으면 3~4명의 알바생이 서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곳이다.

직장인 이현수(30) 씨는 “한파 때문에 이런 곳에서부터 빈자리가 생겨나는 것 같다”면서 “바쁘게 지나다니느라 전단지도 못받아 드릴 때가 많은데, 전단지 아주머니들이 안나온 모습을 보니 조금 죄송하기도 하다”며 아쉬워했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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