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TAPAS 단독]“우리 대표팀 상황이 interesting 하대요”…말못할 여자아이스하키 선수 엄마들의 얘기
[헤럴드경제 TAPAS=신동윤ㆍ구민정 기자]“(답답함에) 저라도 인터뷰 하려하니 아이가 한사코 말리네요. 미안합니다. 도움이 못돼서….”

A 씨의 딸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선수로 선발됐다. 지난 21일 오후 헤럴드경제 TAPAS 기자와 통화한 A 씨는 자신의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했다. 어디 하소연할 곳 없는 답답함에 인터뷰에 응했다 자칫 대회를 코앞에 둔 딸이 곤란을 겪지 않을까란 염려 때문이었다. 남북 단일팀 구성이 확정된 후 쏠리는 세간의 관심에 선수들에게는 언론 접촉 금지령까지 내려졌다고 한다.

지난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만났다. 이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남북 단일팀을 이뤄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출처=연합뉴스]

“(대회 한 달도 안남기고) 갑자기 (단일팀)한다는데 내 딸은 물론이고 선수들 전부 얼마나 심란하겠어요.”

이야기 중간중간 한숨을 내쉬는 A 씨의 목소리엔 걱정이 한가득 녹아 있었다.

#국민청원 #이미_끝날일 #답답

A 씨의 딸은 열살때부터 올림픽 출전만을 꿈꾸며 악착같이 준비해왔다. 누구보다 예쁜 딸. 그 아이가 10년이 넘도록 비지땀을 흘리고 거칠게 몸을 부딪히며 따낸 올림픽 출전권이란 것을 알기에 A 씨의 신경은 더욱더 예민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부터 마음이 불안했다는게 A 씨의 설명이다. 올해 단일팀 문제가 구체화 됐을 때는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같은 처지의 부모들과 함께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도 써봤다.

하지만, 남북 단일팀 구성이란 그 일은 기여코 일어나고 말았다. 21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발표한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 결과에서는 3명의 북한 선수가 엔트리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우리 딸, 그리고 딸아이와 함께 노력한 친구들이 기회를 눈 앞에서 뺏기는 상황까지도 벌어질 수 있겠다는 게 이젠 현실로 다가왔다.

“아직 정부나 조직위에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이미 (모든게) 확정된 상황에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요. 뭔가 하자니 경기가 코앞이고 엄마로서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더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은 A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새러 머리(30ㆍ캐나다ㆍ오른쪽)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지난 22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도윤 코치(왼쪽)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역사의_주인공 #메달권_도전 #가즈아

또 다른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가족인 B 씨 역시 남북 단일팀 구성이 완료됐다는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했다.

“코치진이나 선수들 모두 짧게는 4년, 길게는 10년이 넘도록 정말로, 정말로 고생하거든요. (평창올림픽은) 아이들이 영혼을 바쳐가며 준비해온 거에요.”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인해 현 대표팀 선수들이 어쩌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B 씨의 머릿속엔 지난 날 딸아이의 고생이 순간 스쳐갔다고 한다.

“한국 아이스하키 환경이 참 열악해요. 경쟁 시스템이 자연스레 갖춰져 있는 미국, 캐나다 등과 비교해 국제 무대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경쟁력을 키우려다보니 3~4배는 더 힘들었죠.”

하지만 B 씨는 급작스런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인해 혼란스러워 자신에게 전화를 한 딸에게 더 강해질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미 상황이 결정난 이상 실의에 빠져 있을 수 만은 없잖아요. 어떻게 꿈꾸고 준비한 올림픽인데 헛되이 보낼 수 만은 없으니깐 말이죠.” B 씨는 정치란 외부 상황으로 아이들이 받은 상처도 크겠지만 역사에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 선수들의 역량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시너지’ 효과란게 있지 않을까 B 씨는 기대도 하고 있다. 그는 “기왕 올 것 북한에서 빨리 내려와서 훈련하면 좋겠어요. 힘을 합쳐 메달도 따줬으면 좋겠고요”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interesting #호기심_뿜뿜

“우리 대표팀 상황이 ‘interesting’ 하대요.”

미국에 거주 중인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선수의 가족 C 씨가 남북 단일팀에 대해 외국인 친구들에게 들은 한 마디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각종 군사 도발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최근엔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하는 등 화해 무드가 형성되자 나오는 반응이다.

단일팀에 대한 외국인들의 호기심이 정말 강하다는게 C 씨의 설명이다. “‘도대체 대한민국과 북한의 관계는 무엇이냐’, ‘예전에 단일팀을 구성한 적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들이 최근엔 쏟아지죠.”

/realbighead@heraldcorp.com
/korean.gu@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