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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금지약물 복용 여부 즉각 판별…평창올림픽 성공개최 이끈다
- 국내 유일 KIST 도핑콘트롤센터
- 24시간 판독 보고되는 도핑 시스템 갖춰
- 실험실 CCTVㆍ지문인식 등 철통보안 구축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사이클 황제로 불리우는 랜스 암스트롱, 88서울올림픽에 출전한 캐나다 육상선수 벤 존슨, 미국 육상의 간판스타 타이슨 게이.

스포츠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금새 떠올릴 것이다.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도핑 테스트를 통해 적발돼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에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도핑이란 운동선수가 약물의 힘을 빌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금지약물을 사용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더 좋은 기록을 위해 스포츠 정신을 무시하고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도핑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더 다양한 약물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이 같은 도핑과의 전쟁의 최선봉에서 활약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 국제공인센터로 인증받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가 그 주인공이다. 

KIST 도핑콘트롤센터 연구원들이 선수들의 시료를 분석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제공=KIST]

도핑콘트롤센터는 올림픽 기간 동안 약물 분석방법과 IT기술을 활용해 국제올림픽기구(IOC)가 보내오는 시료접수 및 분석, 결과보고서까지 신속 정확하게 제공하기 위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지난 88서울올림픽 남자육상 100미터 경주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 금메달을 차지한 캐나다의 벤 존슨 선수의 소변시료에서 스테로이드약물인 스타노조롤을 발견,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권오승 도핑콘트롤센터장은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의 국가 주도 도핑이 확인되면서 WADA는 관리를 넘어 수사기능을 가지는 기관으로 변모, 도핑 관리가 더욱 엄격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도핑방법의 발달로 인해 탐지기술 개발과 분석 활용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WADA가 세계적으로 공인한 도핑 센터는 25개국 28곳으로, 2015년만 해도 32개국 35개 센터에서 다소 줄었다. 러시아 도핑 스캔들 이후 매년 시행되고 있는 국제공인인증 절차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국제공인기관은 기본적으로 WADA가 제시하는 금지약물목록의 250여개의 약물을 탐지하는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시료의 분석시간은 올림픽과 같은 국제 대회는 24시간 내에 결과를 보고하고, 보통의 비경기 중 시료의 경우는 10일 내에 보고를 하게 돼있다.

선수들의 도핑금지 약물 투여는 근육의 증가, 지구력이나 경기집중력의 증가, 피로감 해소 및 체중 감소로서 주로 경기능력의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면 근육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단백동화제인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거나, 지구력을 늘리기 위해 수혈이나 적혈구 생성에 효과를 나타내는 EPO와 같은 약물을 복용, 산소운반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등이 대표사례다.

권 센터장에 따르면 도핑 테스트의 주요 방법 중 하나는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라는 기술을 이용해 이뤄진다. 크로마토그래피란 1906년 러시아의 식물학자 미하일 츠베트가 식물 잎의 색소를 분리할 때 이용한 기술로, 각 색소 물질이 용매의 확산에 따라 이동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분리할 수 있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선수들의 소변 및 혈액이 담겨있는 시료.[제공=KIST]

소변 시료 분석법은 먼저 유기용매로 추출해 금지약물이 포함된 층을 얻는다. 이어 유기용매를 증발시켜 얻은 잔사 물질을 소량의 용매에 녹여 농축시킨 후, 질량분석기로 금지약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혈액도핑은 자기의 혈액이나 타인의 혈액을 재주입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적혈구 등의 효과를 이용해 산소저장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시도된다. 혈액도핑 테스트는 도핑콘트롤센터에서 적혈구 수, 헤모글로빈 농도 등 여러 혈액파라미터를 연속적으로 측정해 혈액파라미터의 변화로부터 수혈이나 적혈구생성능력을 변화시키는 약물의 복용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 도핑콘트롤센터는 기존 25명의 인력 외에도 WADA 전문가 40명, 자원봉사자 70명을 포함해 136명이 24시간 비상근무에 나서게 된다.

경기장에서 바로 도핑테스트를 실시하지 않고 경기장 옆에 별도 마련된 도핑스테이션에서 선수들의 소변 및 혈액 시료 채취 후 이를 특수 수송차량을 통해 도핑컨트롤센터로 이송해 정밀 분석을 실시한다.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시료 바꿔치기 등을 대비해 각 실험실에 40여대의 CCTV를 설치하고 지문 보안인식 카드를 활용, 출입보안을 한층 강화하기도 했다.

권 센터장은 “평창올림픽에서 효율적인 도핑시스템을 시료분석에 적용함으로써 선진도핑실험실 모델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며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 한 축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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