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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헤경 氣UP] 산업도 ‘저출산·고령화’…한국기업 역동성이 사라진다
기업 평균나이 10년새 15년 늙어
스타트업·벤처 등 ‘젊은피’ 수혈
자유로운 창업서 해법 찾아야


“우리나라 산업은 더 이상 역동적이지 않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해 기존 산업을 새롭게 이끌고 가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국내 산업구조는 정체된 상태라 볼 수 있다.”

국내 산업계 곳곳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3% 성장을 달성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돌파를 앞둔 한국 경제의 어두운 이면이다. 

비관론의 근거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산업구조에 있다. 끊임없이 ‘변화’를 재촉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했지만 국내 산업구조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 일부 산업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산업의 저출산ㆍ고령화’로 요약한다. ▶관련기사 3면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산업이 고령화됐다는 것은 기존 10대 주력산업이 태어난 지 40~50년이 됐지만 새로운 사업이 진입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고 있다는 뜻”이라며 “외국만 봐도 글로벌 기업에 새 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새로운 기업과 산업이 나타나야 신규 고용 창출도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0대 기업 평균나이…10년간 15살 늙었다
=주력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수출 구조는 국내 산업의 ‘고령화’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규모는 2014년 이후 3년 만에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10대 주력산업의 수출 쏠림현상은 더 심화됐다. 한국무역협회의 ‘2017년 수출입 평가 및 2018년 전망’에 나타난 지난해 1~10월 수출 증가 기여율을 보면 반도체가 40.1%에 달했다. 선박 14.9%, 석유화학 10.2%, 석유제품 9.3%, 철강 7.7%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산업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동안 글로벌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 등 젊은 IT기업이 등장하면서 시가총액 기준 10대 기업의 평균 나이는 지난 10년간 14살 더 젊어졌다. 같은 기간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등 기존 산업에 정체된 한국 10대 기업의 평균나이가 15살 더 늘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산업의 편중화ㆍ고령화의 원인과 해법을 ‘규제’에서 찾는다.

기업이 혁신을 위해 투자하고 새로운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기업환경’에 맞는 정책과 규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와 효율성 향상을 위한 혁신이 필수적”이라며 “금융ㆍ노동ㆍ인적자원 개발관련 제도는 구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ㆍ벤처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결실’
=한국 경제의 혁신을 담당해야할 이른바 ‘젊은 피’ 스타트업ㆍ벤처기업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변화’와 ‘혁신’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창업기업의 성장 사다리는 부족하다. 스타트업의 61%가 창업 3년 내 중도탈락하고 있는 것이 국내 창업시장의 현실이다.

스타트업이 가장 애로를 겪는 부분은 엑시트(exitㆍ투자회수)다. 실제 국내에서 상장하기 위해서는 평균 13년이 걸리고, ‘인수합병(M&A) 출구’ 역시 1.3%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창업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기업활동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지난 2014년 창업한 모바일 앱 마케팅회사 포커스엠의 홍준 대표는 “창업에 대한 지원이나 네트워킹 부분은 확산되고 있다. 창업자금 부분에서는 최근 4~5년간 개선된 것이 맞지만 코스닥에 상장하거나 인수가 되는 등의 성과창출 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창업하면 기승전결에서 이른바 ‘결’까지 이어져야하는데 아직도 ‘승’에 머물러 있다. 이익을 내는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회사를 운영해 ‘엑시트’를 하지 못하면 스타트업들의 활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창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로 규제가 꼽힌다. 실제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세계 100대 사업모델이 한국에서 창업했다면 절반이 제대로 꽃피울 수 없거나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유환익 본부장은 “새로운 산업이 나타나려면 모든 걸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정작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정해져 있다. 이를 포지티브 규제라고 한다”며 “규제 자체를 기업이 혁신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방식)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미정 기자/ba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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