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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헤경 氣UP-‘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물망 규제에 서비스업 ‘꽁꽁’…소득주도 성장 ‘가물가물’
서비스산업 일자리 창출력, 제조업의 2배
서비스업 고용비중 70%…규제는 10배 많아
전형적인 내수산업 인식이 규제 양산 불러
서비스업 R&D 활성화로 질적혁신 필요성


#. “제가 만든 플랫폼에서 인력 추천 서비스를 추가하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채용중개 플랫폼을 창업한 A(30) 씨는 “규제가 아직까지 1980년대 눈높이에 머물러 있다”고 푸념했다. A씨는 특정 일자리에 적절한 사람을 매칭해 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창업했지만, ‘사람을 추천해준다’라는 이유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A씨가 원래 생각대로 사업을 하려면 인력사업소로 영업등록을 해야 하고, 관련 자격증이 있는 직원을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며, 정부에 신고도 해야 한다. A씨는 “온라인 플랫폼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와중에 불필요한 규제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서비스산업이 촘촘히 얽힌 정부의 규제로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력은 제조업의 2배 가량이다.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며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 서비스업 육성이 일자리를 낳고, 이는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져 경제 활성화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서비스업 육성이 곧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선순환의 핵심 고리인 셈이다. 실제 서비스업은 굴뚝 없는 산업,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불리며 각광받은지 오래다.

그러나 정작 한국 서비스산업은 양적ㆍ질적 부분에서 비약적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답보 상태다. 현장에서는 서비스산업의 혁신과 규제 혁파를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업 비중은 지난 10여년간 GDP의 60% 선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주요 선진국은 GDP의 70~80%를 서비스업에서 생산하고 있다. IT 기술 발전 등으로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다.


양적 뿐만아니라 질적으로도 뒤처졌다. 국내 서비스업은 숙박, 음식업 등 상대적으로 저부가가치 업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서비스업에서 전체 고용의 70% 가량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업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 경제 전반을 부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는 서비스업을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흐름에 맞춰 의료, 관광, 교육 등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걸림돌이 되는 규제가 너무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국경제연합회의 2015년 당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산업 규제 수는 제조업의 10배에 달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유환익 정책본부장은 “서비스업이 내수산업이라는 기존의 인식 때문에 외부 영향 차단 등을 위한 많은 규제가 만들어졌다”며 “최근에는 내수조차 개방적인 시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업 규제를 전향적으로 고려해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규제 완화의 대상으로 법인약국이나 과실송금 등이 꼽힌다.

법인약국 허용을 둘러싸고는 10년 째 공방 중이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지난 2002년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한 약사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법인약국 설립은 의료법인 등이 부대사업으로 약국을 운영하는 등의 투자활성화 방안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2005년 국회에서 법 개정안이 발의된 뒤 현재까지도 공전 상태다.

투자자가 외국에 투자해 얻은 이익을 본국에 송금하는 과실송금 허용도 논란거리다. 과실송금은 국제학교 등 외국 교육기관 유치를 위해 필수적으로 넘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학교 교육이 이윤추구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거센 반대에 직면해 왔다. 제주특별자치도 등에서는 우수 학교를 유치하기 위해 과실송금 허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선진국에서 유망 직업으로 조명되고 있는 척추교정사(카이로프락틱)도 국내에서는 불법 의료인으로 간주된다. 이는 새로운 시장 형성 자체를 억제하고 되려 음성적인 시술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산업계 한 종사자는 이런 규제에 대해 “내수 시장에서는 기존 법령 제ㆍ개정으로는 잘 풀리지 않는 핵심 규제들이 많고 정서적 이유나 이해관계자들로 인한 보이지 않는 규제도 상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규제완화와 동시에 서비스업의 질적 혁신을 위한 노력도 강조되고 있다. 서비스업 R&D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의 서비스 R&D 비중은 8.1%로, 주요 선진국인 미국(30.1%), 영국(58.9%), 일본(12.1%)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한 한경연 이태규 연구위원은 “서비스업 R&D 활성화는 서비스업 혁신을 촉진할 수 있고 고용효과가 높은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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