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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간기획-서점 공공에티켓] 책 살 돈 아까워 몰래 찰칵…‘지식절도’입니다
- 무음카메라로 필요 부분만 ‘쏙쏙’ …베껴쓰는 필사족도
- 상습적인 몰카, 인터넷 유포 등은 처벌 가능 “주의해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문제집 코너. 한 남성이 책장 앞에 서서 영어 문제집을 펴놓고 휴대폰으로 내용을 몰래 찍고 있었다. 책장을 넘겨가며 연신 사진을 찍었던 그는 사람이 다가가자 재빨리 자리를 떴다.

서점가에 새로운 형태의 지식 절도가 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찾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는 책 내용을 사진 찍는 몰카족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다른 코너에도 몰카족들은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은 바닥에 앉아 프랑스 여행 서적을 펼쳐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는 책 목록에서 필요한 내용을 확인 후 해당 부분만 골라서 사진을 찍었다. 그에게 사진 찍는 이유를 묻자 “여행을 앞두고 몇 개 정보만 필요해서 그랬다”며 말끝을 흐렸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한 테이블. 책 내용을 베껴쓴 공책이 눈에 띈다.

몰카족뿐만 아니라 책 내용을 베껴 쓰는 ‘필사족’들도 제법 많았다. 서점 한 켠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책을 펴놓고 노트에 필요한 부분을 적으며 공부하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공무원 서적, 영어 단어 문제집, 법률 서적 등 필사하고 있는 책도 다양했다.

이들은 책의 일부가 필요할 뿐이라 책을 구입하는 돈이 아까웠다는 입장들이다. 서점에서 책 도촬을 해본 적이 있다는 대학생 정모(27) 씨는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점은 알지만 표 한 장, 사진 한 장 때문에 몇 만원 짜리 책을 사려니 망설여졌다”며 “사실 한 두 장 찍는 것은 문제될 것 없겠지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서점 몰카ㆍ필사족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서점에서 이를 제재하기란 쉽지 않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책을 몰래 사진 찍는 손님을 발견하면 그러면 안 된다고 말은 한다. 하지만 사실 셔터소리도 안 들리는 무음카메라를 사용하면 발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책 몰카족을 법적으로 제지하는 것도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 저작권법 30조 ‘사적이용을위한복제’에 따르면 ‘공표된 저작물(책)을 영리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집)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한 경우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즉, 책을 베끼거나 촬영한 것을 ‘혼자’ 사용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몰카족들을 서점이 직접 제재할 수 있는 권한도 마땅치 않다. 현행법에서는 저작권 침해 범죄를 친고죄로 보기 때문에 서점이 아닌 출판사나 저작자 등 저작권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법조계에선 상습적으로 ‘지식 절도’에 나서다간 엄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작권법 140조는 ‘상습적인’ 저작권 침해에 대해 피해자 고소없이 처벌할 수 있다는 친고죄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여러 번 적발되면 서점 등 3자의 신고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영리 목적이 아니라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사적 이용’의 범위를 벗어나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촬영한 내용이 인터넷 등을 통해 공유될 경우 해당 작가나 출판사 등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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