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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거리 민폐족②]화장품 상담원ㆍ전단지 알바생…“걸음 떼기 어려워요”
-“주머니에 손 넣고 피해 다녀요”…불편 호소
-“거절 미안하기도”…전단지 단속 강화 요구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회사원 주모(31ㆍ여) 씨는 지난해 서울 강남역 거리를 걷다 불쾌한 일을 겪었다. 지나가던 한 중년의 여성이 주 씨에게 말을 걸더니 화장품 샘플을 건네준 것. 무료 샘플을 받으면 끝인 줄 알았지만 그 여성은 곧이어 무료 피부 상담을 해주겠다며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주 씨의 정중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끈질기게 붙잡고선 상담을 ‘반강요’했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찰나에 주 씨의 남자친구가 나타나 다행히 상담을 피할 수 있었다.

주 씨는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화장품 무료 샘플을 미끼로 계속 뭔가를 얘기하며 달라붙으니 의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무섭기도 했다”며 “길거리에서 뭔가를 들고 있는 사람들만 봐도 눈길을 피하게 되고 귀에 이어폰도 꼽고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다양한 ‘길거리 민폐족’이 행인들의 발걸음을 방해하고 있다. 길거리 민폐족의 원조격인 ‘도를 아십니까’는 물론, 무료 피부 테스트 등을 미끼로 화장품을 판매하려는 이들이 행인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경우가 태반이다.

직장인 이모(32ㆍ여) 씨도 얼마 전 길을 걷다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하철역 입구 근처에서 한 여성이 다가오더니 피부 관련 설문조사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한 것. 이 씨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추운 날씨 속에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설문에 응했다. 그러나 여성은 곧이어 화장품 무료 샘플을 주는 듯 하더니 곧 고가 화장품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 씨는 “평소 귀찮아서 길거리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지만 힘들게 일하는 여성을 보니 안쓰러워 도와줬더니 결국 화장품 광고였다”며 “다시는 거리에서 샘플이나 설문조사 종이를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불법 전단지도 여전히 골칫거리다. 길거리 이곳저곳에서 식당이나 헬스장 등을 광고하는 전단지가 배포되지만 대부분 곧바로 쓰레기가 되기 일쑤다.

직장인 엄모(28ㆍ여) 씨도 길거리에서 전단지 아르바이트생이 보이기만 하면 최대한 눈길을 피한다.

엄 씨는 “나이 많으신 아주머니들이 전단지 주면 이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아 받을 때가 있는데 매우 귀찮다”며 “전단지를 거절하자니 또 미안하기도 해서 전단지를 든 사람들이 나에게 오지 않도록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걷거나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길거리에 뿌려지는 불법 전단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친다. 구청의 신고 없이 전단지를 배포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전단지는 본래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구청에 신고하고 도장을 받은 후 배포해야 한다.

대학생 송모(24) 씨는 “홍대나 강남역 인근에 전단지 나눠주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왜 구청에서 단속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사람들 대부분 전단지를 받자마자 길바닥이나 쓰레기통에 버리기 마련인데 구청에서 선제적으로 불법 전단지 단속을 강화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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