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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권에 잘못보였구나” 손경식 회장이 한탄한 이유
-“조원동 전 수석, ‘VIP 뜻’이라며 이미경 퇴진 요구”
-“기업운영자로서 대통령 뜻 딱 잘라 거절할 수 없어”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손경식(77) CJ그룹 회장이 조원동(61)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VIP(대통령) 뜻’이라며 이미경 CJ 부회장의 퇴진을 종용받았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손 회장은 내키지 않았지만 대통령의 뜻이라 즉각 거절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손 회장은 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조 전 수석을 만나 “VIP 뜻이니 이미경 부회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당시 조 전 수석으로부터 “이 부회장이 물러난 뒤 손 회장이 대한 상공회의소 회장직을 그만두고 CJ 경영에 전념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전날인 4일 조 전 수석이 만남을 제안했다”며 “의아하다고 느꼈다”고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손 회장은 몇 주 뒤 조 전 수석에게 확인 전화를 걸어 이 부회장 퇴진이 정말로 ‘VIP 뜻’인지 물었고, 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들었다’고 확인해줬다. 조 전 수석이 “그냥 쉬라는데 뭐가 더 필요하냐. 검찰 수사가 이뤄지기 전에 하는게 좋겠다”고 말했다고도 손 회장은 떠올렸다. 이날 검찰은 법정에서 손 회장과 조 전 수석의 이같은 대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손 회장은 법정에서 “조 전 수석의 요구를 받은 뒤 ‘CJ가 정권에 잘못 보이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대통령이나 경제수석이 경영진의 거취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기업 운영자로서 대통령의 뜻을 딱 잘라 거절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명량ㆍ국제 시장 등 애국적인 영화를 많이 만들어 가려고 했다”며 “(청와대와의) 어색한 관계를 개선하길 원했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다만 지난 2014년 9월 이 부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퇴진 압박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유전병 악화로 치료차 출국했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수석도 같은날 법정에 나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 부회장 퇴진을 직접 지시받았다고 털어놨다.

증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7월 경제부총리 정례보고를 마친 뒤 조 전 수석을 따로 불러 CJ그룹과 관련해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수석은 “당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CJ그룹이 걱정된다. 손경식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손 회장과의 통화 녹음 파일이 청와대에 알려진 뒤에는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CJ는 왜 그렇게 처리했느냐”는 질책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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